[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2021년 인수 당시 체결한 계약을 활용해 현재 시장 가치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소프트뱅크 보유 지분을 확보하면서 로봇 사업 주도권과 향후 기업공개(IPO) 추진 기반까지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9.65%를 전량 인수했다. 이에 따라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차그룹의 100%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번 거래는 2021년 현대차그룹이 소프트뱅크로부터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할 당시 체결한 풋·콜옵션 계약에 따른 것이다. 당시 양측은 일정 기간 내 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프트뱅크가 잔여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풋옵션과 현대차그룹이 이를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설정했다.
소프트뱅크의 풋옵션 행사 기간은 이달부터 시작됐다. 지난 21일 만기에 맞춰 소프트뱅크의 풋옵션 행사와 현대차그룹의 지분 인수가 이뤄졌다. 이번 거래는 가격 측면에서 현대차그룹이 상당한 실리를 챙긴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차그룹은 약 5000억원 수준에 해당 지분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시장 가치는 최근 급격히 상승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약 1조원에 인수했다. 기업가치는 약 1조25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됐다.
최근 글로벌 투자업계에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를 최소 30조원 이상으로 거론하고 있다. 생성형 AI를 넘어 현실 세계에서 움직이는 피지컬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이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부상하면서 관련 기업 가치가 급등한 영향이다.
현재 거론되는 기업가치를 적용하면 소프트뱅크가 보유했던 9.65% 지분 가치는 약 3조원 수준에 달한다. 현대차그룹은 계약상 권리를 활용해 이를 5000억원 안팎에 확보한 셈이다. 시장 가치와 비교하면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핵심 기술 자산을 완전히 내재화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 배경으로 소프트뱅크와 현대차그룹의 상반된 투자 전략을 꼽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오픈AI를 중심으로 AI 투자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초 오픈AI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T-모바일 지분 매각, 엔비디아 지분 처분 등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AI 분야에 재투자하고 있다. 이번에 회수한 5000억원의 자금도 AI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최근 "인공지능 혁명은 닷컴 혁명보다 훨씬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인공초지능(ASI) 시대를 대비한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미래 사업 전략의 핵심 자산으로 보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강조하는 피지컬 AI 전략의 중심에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와 4족 보행 로봇 '스팟' 등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가 로봇 수요처 역할을 맡고 현대모비스는 핵심 부품, 현대오토에버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지원하는 등 그룹 내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도 크다.
특히 최근 글로벌 AI 산업의 무게중심이 대규모언어모델(LLM) 중심의 소프트웨어 경쟁에서 현실 공간에서 움직이는 피지컬 AI로 확대되면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전략적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정 회장은 최근 오는 2028년까지 제조시설에 아틀라스를 투입하고 2030년까지 연간 최대 3만대 생산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를 단순 로봇 계열사가 아닌 그룹 미래 성장 전략의 핵심 축으로 육성하겠다는 의미다.
이번 완전 자회사 편입은 향후 IPO 추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외부 주주와의 이해관계 조정 없이 상장 시기와 공모 규모, 상장 시장 등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됐다. FI 지분이 없는만큼 ]구주매출 부담도 줄어들었다. 정 회장의 승계자금 마련 등 필요에 따라 구주매출도 병행하기 용이해졌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향후 미국 나스닥 상장에 나설 경우 현대차그룹의 미래 사업 가치를 재평가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로봇 사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직접 확인하는 동시에 그룹 차원의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자금 선순환 구조도 구축할 수 있다는 평가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