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중앙그룹 계열사들의 연쇄 회생신청이 저신용 회사채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지난해 제이알글로벌리츠 채무불이행으로 흔들리기 시작한 비우량채 시장에서 중앙그룹 마저 무너지면서 투자자들이 위험 회피에 나선 모습이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채권시장 투자심리를 보여주는 크레딧 스프레드는 지난 12일 59.3bp에서 최근 63.3bp까지 증가했다.
키스자산평가(KIS넷)에 따르면 AA- 등급 3년 만기 회사채와 국고채 3년물 간 금리 차인 크레딧 스프레드는 지난 12일 59.3bp까지 축소됐다. 그러나 중앙그룹 계열사들의 회생절차 신청 소식이 전해진 이후 다시 확대되기 시작해 15일 61.3bp를 기록했고 22일에는 63.3bp까지 벌어졌다.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는 중앙홀딩스와 JTBC, 메가박스중앙, 콘텐트리중앙의 회생절차 신청 이후 비우량채 투자심리가 냉각됐다.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는 투자자들이 기업 신용위험에 대해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만큼 회사채 발행금리가 상승하고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도 악화될 수밖에 없다.
중앙그룹 사태의 여파는 유통시장에서도 감지된다. 올해 2월 발행된 삼척블루파워의 3년물 회사채는 지난달 말 1만100원 수준에서 거래됐지만 22일에는 9920원까지 1.78%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중앙그룹 사태 이후 비우량채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확산된 결과로 해석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2022년 레고랜드 사태와 같은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본다. 레고랜드 사태가 지방자치단체의 지급보증 이행 논란으로 채권시장 전반의 신뢰를 흔들며 국고채와 우량 회사채까지 충격을 줬다면, 중앙그룹 사태는 비우량 회사채와 하이일드 시장에 국한된 신용 이벤트라는 평가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신용스프레드 수준은 최고 114bp를 기록해 당시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시화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앙그룹 사태가 크레딧 시장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 은 제한적”이라며 “JTBC의 시장성 차입금은 총 3630억원, 중앙그룹 주요 계열사 합산 기준으로도 총 1조 894억원으로 비우량등급 회사채 시장의 2.4% 수준이라서 절대 규모가 전체 회사채 시장 대비 크지 않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미 제이알글로벌리츠 채무불이행으로 위축된 투자심리에 추가 악재로 작용하면서 A급 이하 회사채에 대한 경계심은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자들이 신용위험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저신용 채권을 중심으로 매도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위 등급 회사채 시장의 투자심리가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그룹 사태를 계기로 투자자들이 신용등급뿐만 아니라 현금창출력과 사업 안정성, 대주주 지원 가능성 등을 더욱 면밀히 살피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분간 A급 이하 기업들의 경우 시장 접근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하반기 차환 부담도 시장의 핵심 변수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회사채 만기 도래 규모는 총 26조8519억원이다. 특히 전체의 39%에 해당하는 10조4895억원이 9~10월에 집중돼 있다. 시장에서는 해당 기간을 신용시장의 최대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민간 자금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그동안 비우량채 수요를 떠받쳐 온 하이일드 펀드들마저 중앙그룹 사태 이후 신규 투자에 한층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성향이 강화되면서 BBB급 이하 채권에 대한 투자 수요가 급격히 위축됐다는 설명이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공모주 배정 효과를 노린 하이일드펀드 등에 미칠 직간접적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며 “중앙그룹 계열 발행채권은 이른바 BBB급 시장의 ‘빅이슈어’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우량등급(A급이하)은 앞으로 상당 기간 어려운 시절이 예상된다”며 “비우량등급은 계열에 소속되어 있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옥석을 가리며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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