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중앙미디어그룹이 핵심 계열사 JTBC를 회생절차에 넣은 결정은 필사즉생(必死則生)의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확인된다. 표면적으로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수순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JTBC를 살리기 위해 부득불 영업권 가치에 기대한 채무조정의 기회에 마지막 베팅을 했다는 분석이다.
16일 파산법원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JTBC는 이날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와 재산보전처분, 포괄적 금지명령을 신청했다. 동시에 ARS(자율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 적용도 요청했다. 법이 규정한 회생절차를 통해 채권단의 담보권 실행이나 강제집행을 막고 회사채 만기 연장 협상에 나서 정상 영업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JTBC는 지난 12일 206억원 규모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디폴트 상태에 진입했다. 이후 신용등급 하락과 자금시장 경색이 이어지자 결국 회생절차 카드를 꺼냈다.
시장에서는 이번 회생 신청을 단순한 법정관리 진입보다 중앙그룹의 사업 재편 작업으로 해석한다. 중앙이 7개 계열사 가운데 5개사를 회생절차에 넣은 것은 그룹의 도미노 몰락을 막고 홍정도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계속 소유할 사업과 정리할 기업을 구분한 결정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핵심 미디어 자산인 JTBC는 회생절차를 활용해 존속 영위를 추구할 것으로 보이지만 회생 신청 대상에서 빠진 콘텐츠 제작 계열사 SLL중앙은 향후 매각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JTBC가 실제 회생계획 인가 단계까지 가지 않고 ARS 단계에서 채권단과 합의에 이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ARS는 회생절차 초기 단계에서 채권자와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제도다.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판단하기 전 채권단과 만기 연장, 채무조정 등을 협상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채권단은 담보권을 즉시 실행하기 어렵다. 경영진은 채권단 압박에서 벗어나 구조조정과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JTBC의 경우 회사채 문제가 최대 변수다. 지난해 말 기준 JTBC의 자산총계는 5755억원, 부채총계는 5529억원이다. 부채 가운데 회사채 규모는 2650억원이다. 이 중 공모채가 2450억원, 사모채가 200억원 수준이다.
채권단이 공모채 만기 연장에 동의할 경우 회생절차가 장기화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만기를 3~5년 안팎 연장하는 방안을 받아들이고, JTBC 주주가 추가 자본 확충에 나선다고 가정하면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채권단이 협상에 응할 수 있는 배경으로는 JTBC의 영업권 가치가 거론된다. JTBC는 자산과 부채 규모만 놓고 보면 재무구조가 취약하지만, 종합편성채널 사업권이라는 무형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보수 정부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중앙은 조선일보, 매일경제미디어, 동아일보 등과 함께 각각 종편 라이선스를 받았다.
종편은 KBS, MBC, SBS와 같은 일반적인 지상파 방송사와 유사한 형태를 띈다. 케이블 채널 체제 아래에서 뉴스와 보도, 드라마, 예능, 교양, 영화 등 모든 방송 분야의 프로그램을 제한 없이 편성해 방송할 수 있는 채널이다. 지상파와 달리 유료 방송(IPTV, 케이블TV, 위성방송)을 통해 시청할 수 있으며 광고를 방송사가 직접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중앙은 JTBC의 영업권 가치를 고려하면 채권단도 계속기업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회생신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영업권 가치가 최소한 3000억원은 넘을 거란 전망이다.
실제 최근 매각된 YTN 사례를 보면 자산 규모는 약 2000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분 30.95%에 대한 거래가격은 3199억원으로, 기업가치는 약 1조원 수준에 형성됐다. 보도채널의 가치를 포함한 영업권 가치를 약 8000억원으로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감안할 때 JTBC도 방송사업권이 상당한 프리미엄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JTBC는 경영 정상기업이 아닌만큼 동일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 다만 보수적으로 평가하더라도 2000억~3000억원 수준의 영업권 가치는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채권단이 채무 만기 연장이나 채무조정에 동의하기 위해서는 대주주의 책임 분담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JTBC 최대주주는 중앙홀딩스로 지분 25.01%를 보유하고 있으며 중앙일보도 4.99%를 보유하고 있다. 중앙홀딩스의 최대주주는 홍정도 회장으로 지분율은 55.8%다.
시장에서는 채권단이 주주의 유상증자 참여를 구조조정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수백억원 이상의 자본 확충이 필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앙홀딩스의 최대주주가 홍 회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홍 회장의 직접적인 자금 투입 여부도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정통한 관계자는 "홍정도 부회장이 결국 중앙일보와 JTBC라는 핵심 미디어 자산을 살리고 영상·리조트 등 비핵심 사업은 정리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ARS 단계에서 회사채 만기 연장과 증자 방안이 마련된다면 회생절차 개시 이전에 상당 부분 해법이 도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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