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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정크본드를…한양증권 무리한 베팅에 독배
이소영 기자
2026-06-23 07:15:00
중앙미디어 자본시장 거래 주관사 역할…고위험채 리스크 떠안은 중소형사의 실패
이 기사는 2026-06-22 14:12:22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화면 캡처 2026-06-21 214119.png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김병철 사장이 이끄는 한양증권은 하이일드펀드조차 외면했던 중앙그룹 채권 딜을 주관했다가 연간 수익 규모를 넘어서는 부실채권을 떠안게 됐다. 대형 증권사들이 기피한 고위험 딜에 공격적으로 나섰다가 셀다운(재매각)에 실패하면서 이익보다 손해가 막심해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중앙미디어그룹의 회생신청으로 빚어진 연쇄 채무불이행 사례가 우량 딜을 확보하기 어려운 중소형 증권사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올해 한양증권이 주관한 중앙그룹 계열사의 채권 발행 규모는 약 7100원이다. 구체적으로 JTBC 기업어음(CP) 460억원,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3944억원, 콘텐트리중앙 ABSTB 2420억원, 중앙일보 CP 300억원 등이다.


시장에서는 중앙그룹의 재무부담을 고려할 때 해당 채권 발행 주관 자체가 상당한 위험을 수반한다고 평가해왔다. 실제 주요 대형 증권사들은 관련 딜에 참여하지 않았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중앙그룹의 유동성 리스크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우세했다"며 "북중미 월드컵 이후 위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돌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한양증권은 지속적으로 중앙그룹의 메인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지속적으로 맡았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중소형 증권사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이 우량 기업 딜을 사실상 독식하는 구조 속에서 중소형사는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기업이나 비주류 딜에 의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쟁 없이 수수료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한양증권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요소였다는 평가다.


한양증권 내부에서도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실무자급에서는 누구도 위험성을 지적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금융(IB) 전문가이면서 이른바 채권의 귀재로 불리는 김병철 대표가 대형 거래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동양증권에서 IB본부장과 FICC(fixed income, currency, commodity) 본부장을, 신한증권에서 GMS(Global Markets & Securities) 부문장을 거쳐 2019년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던 한국 3대 IB맨으로 꼽힌다.


하지만 중앙그룹의 위험성을 높게 평가한 주체는 대형 증권사만이 아니었다. 고위험·고수익 채권 투자에 특화된 하이일드펀드들 조차 해당 물량 매입에 부담을 표했다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 투자자들 마저 해당 채권의 부실 위험을 인식한 것이다.

결국 투자자 모집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한양증권은 상당 규모의 물량을 자체적으로 떠안게 됐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한양증권의 자체 인수 물량은 약 840억원 수준이다. 셀다운 후 보유 물량이다. 실제 떠안은 물량은 더 많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인수 물량은 한양증권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753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최악의 경우 손실이 현실화될 경우 실적은 물론 자본건전성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한양증권은 회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보유 익스포저 전량에 담보와 신탁구조가 설정 돼 있고 관련 매출채권 회수대금이 신탁계좌로 유입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달 16일 신탁계좌에 56억원이 상환 집행되며 현재 잔액은 약 784억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례가 단순히 한 증권사의 투자 실패를 넘어 중소형 증권업사들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나 메리츠증권 역시 위험도가 높은 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전략을 구사하지만 대규모 자기자본과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바탕으로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추고 있다.


반면 한양증권처럼 그렇지 못한 중소형 증권사는 수익을 위해 감수한 위험이 예상보다 커질 경우 실적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될 수밖에 없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례는 중소형사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전략을 택했을 때 최악의 경우 어떤 상황에 직면할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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