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국민성장펀드 간접투자분야 자(子)펀드 위탁운용사 선정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 마감된 2차 사업에서는 총 65개사가 도전장을 던졌고 앞서 1차 모집 때도 81개사가 지원서를 제출했다. 여기에 민간 자금까지 가세하면서 최근 펀드레이징 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발맞춰 은행과 증권사 등 주요 금융사들이 적극적으로 매칭 자금을 풀고 나선 덕분이다. 출자사업 서류 접수 전부터 운용사들에게 선제적으로 투자확약서(LOC)를 내밀고 금융사 고위 경영진이 직접 나서 출자 한도를 더 열어달라고 요청할 정도다.
다만 이 같은 열기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묘한 경계심도 함께 묻어난다. 펀딩 가뭄 속 단비는 분명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벤처캐피탈(VC)과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속내는 마냥 편치만은 않다. 간접투자 뿐 아니라 직접투자 시장에 막대한 자금이 단기간에 풀리는 현 상황이 향후 펀드 운용 측면에서는 오히려 부작용을 낳는 독약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책자금 홍수 속에서도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면 누구하나 선뜻 투자에 나서는 곳은 많지 않은 분위기다. 결국 투자할 만한 유망 섹터와 기업은 한정돼 있다 보니 특정 몇몇 곳으로만 막대한 자금이 쏠리고 자연스레 기업 가치(밸류에이션)는 가파르게 오른다. 최근 들어 어느 회사의 몸값이 몇 조원에 달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이유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넘어가며 자본시장의 새 역사를 써 내려가는 지금 이 상황을 새로운 '뉴노멀'로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책자금으로 투자를 집행해야 하는 운용사들 입장에서는 물음표가 남을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은 펀딩 목표액을 채워 한숨을 돌렸을지 몰라도 미래를 생각하면 셈법은 복잡해진다. 본격적인 투자금 회수에 나서야 할 시기에도 과연 지금의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할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거품 낀 밸류에이션을 무리하게 수용했다가는 현재의 부담이 뼈아픈 성적표로 되돌아올 공산이 크다.
물론 지금의 높은 가격을 모두 거품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AI,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산업 분야에서는 실제로 산업 지형을 바꿀 만한 기술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역대급 규모로 풀린 이 뭉칫돈이 혁신 기업의 성장을 이끄는 마중물이 될 지, 씁쓸한 거품으로 남을 지, 맹목적인 쏠림을 경계하고 냉정하게 따져보는 운용사들의 안목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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