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5위 거래소’ 고팍스가 금융권 합종연횡을 통해 시장 반전을 꾀할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시장 점유율은 낮지만 원화마켓 라이선스를 보유한 만큼, 가상자산 시장 진입을 원하는 금융사 입장에선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시장 진입권을 확보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에선 새 최대주주인 바이낸스가 고파이 미지급금을 일부 상환하는 등 한국시장 진입 의지를 적극 내비치는 만큼, 당장 외부 금융사와의 지분거래보다는 고파이 사태 정상화와 사업자 갱신 대응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향후 사업 갱신·제도화 등 여부에 따라 바이낸스 및 금융권의 ‘넥스트 스텝’이 정해질 전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거래소와 금융권간 합종연횡이 활성화하면서 ‘5위 거래소’ 고팍스 행보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 점유율은 1%를 밑도는 5위 거래소이지만 원화마켓 라이선스 사업자라는 점에서 가상자산 시장 진입을 원하는 기업들의 러브콜이 뒤따를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0%대 점유율에도 라이선스 기대감 유효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업은 전북은행이다. 전북은행은 고팍스와 실명계좌 제휴를 이어왔다. 최근에는 관련 계약을 1년 연장하기로 하면서 파트너십을 한층 공고히 했다.
지분 거래까지 이어질지는 불확실하지만, 실명계좌 제휴를 기반으로 한 사업 협력 확대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평가다. 특히 양사 규모 및 니즈가 부합해 지분 거래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두나무·빗썸 만큼의 시장 영향력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가상자산 라이선스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후 거래소-금융권간 사업·상품 결합에 따라 시장 반전이 가능하다는 점도 기대 요인 중 하나다.
반면 이러한 규모적 열세가 오히려 지분 거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북은행이 거래소 지분을 직접 매입하는 순간 ▲자금세탁방지 책임 ▲소비자 보호 ▲금융당국 시선 등이 함께 뒤따르기 때문이다. 지방은행은 자본력 및 리스크 관리가 일부 제한적인 만큼, 전북은행도 실명계좌 파트너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에 주요 은행·증권사의 러브콜 가능성도 일부 제기된다. 특히 최근 5대 거래소 합종연횡 과정에서 입지가 위태로워진 기업들이 우선 순위로 꼽힌다.
그동안 코빗과 실명계좌 제휴를 이어온 신한은행이 대표적이다. 미래에셋이 최근 코빗 지분 92%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신한금융과의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이 미래에셋 계열 거래소를 대상으로 단순 실명계좌 제휴 수준에 만족하긴 어려울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증권사 진입 가능성도 점쳐진다. 토큰증권(STO)·실물자산(RWA) 등 부문에서 높은 시너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현재 ▲두나무-삼성증권 ▲코인원-한국투자증권 ▲코빗-미래에셋 등 합종연횡 구도에 비춰볼 때, 아직 이렇다할 움직임이 부재한 신한투자증권 등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키 쥔 바이낸스…제도화·사업갱신 등 현안 산적
이 같은 시나리오는 최대주주인 바이낸스의 차기 행보에 달려있다. 바이낸스는 지난해 금융당국의 이사회 변경 신고 수리로 고팍스 인수 절차를 사실상 마무리하면서 한국시장 진입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정작 사업·재무적 시너지는 아직 본격화하지 못하고 있다. 고팍스로선 합종연횡 논의에 착수하기도 애매한 셈이다.
문제는 고파이 미지급금이다. 앞서 고팍스는 2022년 11월 FTX 사태 여파로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고파이’ 출금 문제를 겪고 있다.
바이낸스는 2023년 지분투자와 함께 고파이 미상환액의 약 60%를 상환했다. 그러나 나머지 40% 가량은 여전히 미해결 상태다. 창업자 리스크부터 복잡한 외화차입 절차까지 내외부 한계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상환 부담은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가상자산 미지급금 규모는 148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2.3% 급증했다.
바이낸스는 연내 고파이 미지급금 상환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가상자산 제도화 지연 등 시장 불확실성이 지속 부상함에 따라 상환 여부 자체를 확신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상자산 2단계법 최대 쟁점인 ‘대주주 지분 20%’ 제한이 적용될 경우 바이낸스는 40%가 넘는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고팍스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창업자인 자오창 펑이 미국 내 사법 리스크에 직면한 뒤 잠재적 위험요소가 여럿 부상 중인 모양새”라고 말했다.
이어 “창업자가 중국계란 점도 글로벌 거버넌스 측면에서 여러 견제를 받고 있다고 알려졌다. 창업자 의중이 사업·재무적 판단 전반에 이렇다할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셈”이라며 “고파이 미지급금 상환 문제는 국내 제도화 등 시장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고팍스는 당장 고파이 사태 및 사업자 갱신 등 현안 해결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성장 논의에 앞서 경영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이유다.
고팍스 관계자는 “고파이 이슈부터 사업자 갱신까지 시급한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라며 “성장을 위한 합종연횡보단 당장 경영을 정상화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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