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지난 9일 공식 출범한 신한은행 'AX·Web3 아카데미'가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했다. 신한금융이 그룹 차원의 AI 전환(AX)을 핵심 전략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현업에서 실제 AI 에이전트를 설계·운영할 수 있는 실무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1기 수강생으로는 총 41명이 선발됐다. 여신, 투자, 정보보호 등 다양한 부서 출신으로 구성됐으며 평균 연령은 30대 초반이다. 이들은 향후 신한은행의 디지털 대전환을 주도할 핵심 인재이자 마중물인 셈이다.
아카데미 대표원장이자 AX 분야를 총괄하는 최광신 신한은행 AX금융사업본부장은 "총 10개 조로 편성돼 오는 7월부터 본격적인 커리큘럼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총 13주간의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자신의 업무 프로세스를 AI 에이전트 형태로 구현하고 이를 실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최 본부장은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개량경제학을 전공한 뒤 애리조나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2014년 금융감독원에 입사해 약 10년간 근무했다. 거시감독국에서 조기경보모형과 스트레스테스트 모형 개발 등을 주도했다. 이후 2023년 다날로 자리를 옮겨 신용평가모형 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금융권에서 AX가 특히 필수처럼 자리잡고 있는 영역들이다.
금융감독원과 핀테크 기업에서 데이터 기반 금융모형을 개발해 온 경험이 AX 분야 전문성으로 이어졌고, 이 같은 이력이 올해 신한은행 합류의 배경이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생산적·포용적 금융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신한은행과 관련 논의를 하는 자리가 많았던 것이 계기였다"며 "현재도 여신심사의 복잡한 과정을 효율화하기 위한 여신심사 에이전트 개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에이전트 개발의 출발점은 업무 프로세스를 세분화하는 작업이다. 여신심사, 고객 응대, 투자 검토, 내부통제 등 현업 업무를 단계별로 분해한 뒤 AI가 수행할 수 있는 영역과 사람이 담당해야 할 영역을 구분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 본부장은 "은행에서 실제로 수행하는 업무를 잘 분해해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정렬하고, 각각의 업무를 다시 미시적으로 쪼개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은 교수진과 수강생 간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이뤄진다. 단순히 강사가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의 교육 프로그램과는 차이가 있다.
그는 "직원들을 가르치는 입장이기도 하지만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를 저에게 알려주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정일 수 있다"며 "실무자들이 보유한 업무 노하우를 공유하는 과정 자체가 교육의 핵심 요소가 된다. 저는 그 업무를 이해한 뒤 AI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커리큘럼은 업무시간 종료 후 오후 7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진행된다. 업무 외 시간을 상당 부분 투자해야 하는 과정이지만 수강생들의 참여 의지는 높은 편이다. 최 본부장은 높아진 AI 활용도와 친숙도가 이러한 학습 열기의 배경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LLM(대규모 언어모델)의 발전으로 새로운 기술을 학습하는 진입장벽도 크게 낮아졌다"며 "과거에는 기술 개념을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궁금한 점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수강생들도 훨씬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X에 대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의 높은 관심 역시 참가자들에게 또다른 동기부여로 작용하고 있다. 진 회장은 이미 이전부터 AX에 대한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이어 지난해 10월 그룹 내 AX·디지털 부문을 신설해 'AI금융그룹' 도약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최 본부장도 “진옥동 회장이 직접 AX 전환의 시급성과 절박함을 강조하면서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고 했다.
13주 과정의 커리큘럼은 업무 현장에서 실적용이 가능한 AI 에이전트 완성을 목표점으로 잡고 있다. 완성도에 따라 현장 투입 여부까지 심도 있게 논의한 후 적용 작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AI 에이전트를 단순한 기술 실험이 아니라 현장의 생산성을 높이는 실질적 도구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최 본부장은 "KPI(핵심성과지표)와 무관한 반복 작업들을 에이전트로 대체하면 현장 직원들 역시 개인의 KPI를 강화할 수 있는 영역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이를 중요한 디자인포인트로 삼아 에이전트를 지속적으로 개선·적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수강생들의 경험과 평가가 이같은 활용도를 높이는 단초가 될 것으로 믿고 있다. 그는 "다양한 분야의 실무자인 수강생들이 여기서 AI 에이전트의 가능성을 몸소 실감토록 하는 게 아카데미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AX 전환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도 제시했다. 흔히 말하는 'AI가 사람을 대체한다'가 아닌 'AI가 개인의 역량을 빠르게 높일 수 있는 효율적인 도구'로 보는 게 더 올바른 접근법이라는 입장이다.
최 본부장은 "에이전트라는 팀원을 통해 직원들은 더 많은 영역을 살피고 역량을 키울 수 있게 된다"며 "결국 AX는 기존의 팀원이 개별 팀장처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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