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70대에 접어든 박원호(76) 회장과 동생 박원덕(71) 부회장이 디아이를 함께 이끌고 있지만 두 사람 다음을 이을 후계 구도는 아직 그려지지 않았다. 자녀들은 모두 반도체 본업이 아닌 비주력 사업부에 머물러 있어 누가 경영권을 물려받을지조차 불투명하다. 두 사람 모두 70대에 접어들며 후계 구도 윤곽이 드러날 때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디아이는 1955년 박원호·박원덕 형제의 부친인 고(故) 박기억 전 회장이 설립한 동일상사에서 출발했다. 1961년 동일교역으로 법인 전환했고, 무역업에 주력하던 회사는 1989년 계열사 동일반도체장비를 흡수합병하면서 반도체 장비기업으로 거듭났다. 1996년에는 무역업 이미지를 벗기 위해 상호를 디아이로 바꿨다.
박원호 회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중공업에서 근무하다 디아이에 입사했다. 올해 1분기보고서 기준 재직기간은 43년10개월에 이른다. 1996년 부친인 박기억 창업주가 상장과 함께 경영에서 물러난 뒤 2002년부터는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다. 디아이는 오너 회장 체제와 별도로 전문경영인을 각자대표로 함께 두는 구조를 오랫동안 유지해왔는데, 현재는 조윤형 부사장이 그 역할을 맡고 있다. 동생 박원덕 부회장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프랑스 파리카톨릭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삼일회계법인을 거쳐 디아이에 합류했으며, 재직기간은 38년3개월이다. 신규사업 담당 전무와 사장을 지낸 뒤 2006년부터 경영총괄 부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문제는 고령인 박원호·박원덕 형제 다음을 이을 후계자다. 박원호 회장의 장녀 박재은 상무(1974년생)와 사위 임우석 전무(1977년생)는 디아이에 재직 중이지만 반도체 본업이 아닌 오드(음향영상)사업부를 맡고 있다. 박재은 상무는 오드사업부 해외영업과 마케팅을, 임우석 전무는 오드사업부 기획과 마케팅을 담당한다. 박원호 회장의 외아들인 박재상(가수 싸이, 1977년생)씨는 회사 지분을 한 주도 보유하지 않았고, 경영에도 발을 들이지 않았다.
박원덕 부회장의 딸 박재연 상무(1981년생)는 신사업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신사업개발팀이 주력해온 사업은 2차전지였는데 디아이가 지난해부터 2차전지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관련 업무 비중도 함께 줄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 본업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는 셈이다. 결국 반도체 검사장비라는 디아이의 핵심 사업에는 오너 2세 누구도 발을 들이지 않은 상태다.
다만 흥미로운 것은 박원호·박원덕 두 형제의 계열사 겸직 현황이 다르다는 점이다. 박원호 회장은 수처리·환경 계열사인 디아이엔바이로 한 곳에만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반면 박원덕 부회장은 디아이엔바이로뿐 아니라 디지털프론티어, 디아이씨까지 세 곳을 겸직한다. 이 중 디아이씨는 반도체 챔버와 오븐기기, 신뢰성 시험장비를 만드는 곳으로 디아이 본업인 번인 테스터와 직결되는 핵심 부품 계열사다.
현재 박원호 회장(지분율 15.01%)과 박원덕 부회장(14.25%)의 지분을 합치면 29.26%로, 경영권 방어에는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다만 두 형제의 지분 차이가 0.76%포인트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명확한 승계 계획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향후 경영권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부장 업계 전반에서 세대교체가 활발한데 디아이는 오너 2세가 70대에 들어섰는데도 승계 밑그림조차 안 나온 상태라 시장에서도 궁금해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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