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우진 기자] 중앙그룹이 JTBC를 비롯한 핵심 계열사 4곳을 법원에 회생신청하면서 같은 계열의 콘텐츠 제작사 SLL중앙 기업공개(IPO)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중복상장 이슈로 인해 상장이 지연된 상황에서 모기업이 기업회생에 들어가자 상장 시도조차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영권 매각이 그나마 남은 선택지로 꼽히지만 위기를 해소할 정도의 자금조달은 어려울 전망이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LL중앙은 지난 2024년 NH투자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신한투자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하며 IPO 절차에 착수했지만 실무 작업은 진행되지 못했다. 주관사단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그래도 상장 의지가 있어서 꾸준히 환경을 파악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모든 실무가 중단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IPO의 최대 걸림돌은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중복상장 이슈가 먼저 지적된다. SLL중앙은 JTBC의 콘텐츠 제작과 유통을 담당하던 스튜디오사업 부문이 물적분할해 출범한 기업으로 콘텐트리중앙의 자회사다. 문제는 콘텐트리중앙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라는 점이다. 지분율도 53.82%에 달하고 실적 기여도도 높다.
SLL중앙의 올해 1분기 매출은 658억5000만원, 분기순이익은 84억2000만원이다. 메가박스중앙 등이 대규모 순손실을 내는 상황에서 버팀목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러한 구조 탓에 논란이 된 중복상장의 전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앙그룹 핵심 계열사들이 최근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모기업인 콘텐트리중앙을 포함해 중앙홀딩스, 메가박스중앙, 중앙피앤아이, JTBC 등이다. 콘텐트리중앙이 상장폐지 수순을 밟는다면 중복상장 구조는 해소되지만, 질적 심사 기준에 미달하는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다. IB 관계자는 “거래소의 질적 심사 요건에는 경영의 투명성과 안정성 등이 포함된다”며 “최대 주주가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은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LL중앙의 상장은 현 시점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SLL중앙은 2021년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에서 프랙시스캐피탈, 텐센트 등으로부터 4000억원을 투자 받으면서 적격상장(Q-IPO)을 약속했지만 이미 기한인 지난해 3월을 넘겼다. 일각에서는 양측이 추가적으로 만기를 1년 연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상장이 막힌 현재 시점에서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해진 시한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중앙그룹은 약정 수익률을 더해 투자금을 돌려줘야 한다.
당초 중앙그룹이 그린 벤치마크 대상은 스튜디오드래곤으로 지목된다. CJ ENM의 드라마 사업 부문이 물적분할된 기업으로, 2017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당시 공모가를 희망밴드 최상단으로 확정하면서 약 1조원에 달하는 몸값을 인정받았다. ‘또 오해영’, ‘굿와이프’, ‘도깨비’ 등을 잇달아 흥행시킨 덕분이다. SLL중앙도 마찬가지로 ‘스카이캐슬’, ‘이태원 클라스’, ‘재벌집 막내아들’, ‘흑백요리사’ 등 다수의 흥행 작품을 근거로 삼아 조 단위 기업가치를 목표로 했다.
그러나 업황 악화는 예상을 빗나가게 만들었다. 우호적 환경으로 작용했던 팬데믹이 종식되며 시장의 평가가 반전됐다. 플랫폼 협상력이 제한되면서 제작비 상승과 부진한 작품에 뒤따르는 패널티 구조가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스튜디오드래곤 주가도 2021년 10만원을 넘어섰지만 이후 하락 흐름을 보이면서 공모가(3만5000원) 아래로 떨어졌다. 16일 종가 기준으로는 2만4900원을 기록했다. 눈높이에 맞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상장 시기를 조정하던 전략이 패착이 됐다는 지적이다.
상장을 통한 공모자금 조달이 막히면서 SLL중앙은 매각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타 계열사와 달리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고 영업활동을 통해 현금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매물로 활용할 여지가 크다.
관건은 가격이다. 콘텐트리중앙은 지난해 골드만삭스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SLL중앙 지분 매각을 시도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셀트리온그룹 등에 조단위 매각을 타진했지만 최근 시장 평가를 고려하면 눈높이를 크게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영권을 매각하더라도 중앙그룹이 가져갈 몫은 크지 않아 위기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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