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희 기자] 로봇 솔루션 기업 클로봇이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증권신고서를 다섯차례 고쳐가면서도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DLS) 인수를 밀어붙이는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이번 거래는 현대자동차그룹 등 우량 고객사를 확보하고도 적자를 끊어내지 못한 클로봇이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존 사업 구조의 한계를 돌파하려는 승부수로 풀이된다. 몸집은 키웠지만 이익을 내지 못한 클로봇이 물류자동화 사업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은 셈이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클로봇은 지난 4월3일 유상증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이후 이달 18일까지 총 다섯차례 정정했다. 첫 번째는 금융감독원의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에 따른 것이며, 이후 네차례는 자진 정정이었다. 구체적으로 클로봇은 1~3번째 정정을 통해 자체 현금흐름과 재무안정성, 성장성·수익성뿐 아니라 DLS 인수 위험과 인수 후 시너지의 불확실성 등에 관한 내용을 보완했다. 4번째 정정에서는 신주배정기준일을 6월9일에서 7월7일로, 구주주 청약일을 7월15~16일에서 8월13~14일로 각각 미뤘다. 가장 최근 정정에서는 DLS 인수자금 세부 구조를 다시 손질했다.
주목할 대목은 금감원의 정정 요구 등에도 클로봇이 DLS 인수 방침을 유지했다는 점이다. 잇단 정정에도 인수를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기존 로봇 소프트웨어 사업만으로 수익성 개선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클로봇 관계자는 "정정 과정에서 인수를 철회하기보다 주주들에게 관련 정보를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해 우려를 해소하는 방향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간 클로봇은 로봇 관제·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청소·안내·순찰·물류 로봇 솔루션을 주요 관공서와 기업에 공급해왔다. 2024년에는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사족보행 로봇 ‘스팟’의 국내 공식 유통과 솔루션 공급도 맡았다.
하지만 다양한 고객사와 사업 레퍼런스가 실질적인 이익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별도 기준 매출은 2022년 71억원에서 2025년 233억원으로 세 배 이상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5억원에서 43억원으로 확대됐다. 외형이 커지는 동안 적자 폭도 함께 불어난 셈이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6.1% 증가한 49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18.1% 확대된 26억원에 달했다. 당기순손실도 18억원에서 23억원으로 증가했다. 장기간 손실이 누적되면서 올해 1분기 말 별도 기준 결손금은 519억원까지 불어났다.
업계는 DLS 인수가 클로봇의 사업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외부 제조사의 로봇에 자율주행·관제 소프트웨어를 적용하는 공급자에 머물렀다면, 인수 후에는 물류센터 설계와 자동화 설비 구축부터 로봇 도입·관제까지 전 과정을 아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사업 영역 확대가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자체 사업의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DLS 인수대금 전액을 사실상 주주배정 유증으로 충당하고 있어서다. 인수 후 기대한 시너지를 내지 못하면 외형만 커진 채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과 재무 부담이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클로봇 측은 "DLS는 두산그룹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캡티브 물량과 자체 사업 경쟁력을 보유한 회사"라며 "물류자동화 시장은 로봇 도입 확대와 함께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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