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방태식 기자] 국내 증시에서 제약·바이오 업종의 존재감이 예전 같지 않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가 시장을 주도하는 사이 바이오 섹터는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한발 비켜서 있다. 주요 바이오 기업들이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거나 임상 성과를 발표해도 주가 반응은 예전만 못하다. 업계에서는 "좋은 뉴스가 나와도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는 푸념이 심심찮게 들린다.
실제로 올해 들어 바이오 업종을 추종하는 ‘KRX 헬스케어’ 지수는 약 1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특정 분야에 쏠리면서 바이오 업종은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모습이다. 금리 인상 우려와 투자심리 위축, 기술특례 상장 기업들의 부진한 성적표도 영향을 미쳤다. 한때 코스닥 시장을 이끌던 바이오가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바이오 업계의 시선은 미국 샌디에이고로 향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 바이오 행사인 ‘BIO International Convention 2026(바이오 USA)’이 이달 22일부터 26일까지 열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바이오 USA는 매년 2만명 이상의 업계 관계자가 참여하는 행사로 단순한 전시회가 아니라 기술이전과 공동개발, 투자 유치가 이뤄지는 글로벌 비즈니스의 장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기업들도 일찌감치 준비에 나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을 비롯해 알테오젠, SK바이오팜, 동아쏘시오그룹,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다수의 기업이 바이오 USA 참가를 확정했다. 이들은 위탁개발생산(CDMO), 항체-약물접합체(ADC), 이중항체, 피하주사(SC) 제형 변경 기술, 면역항암제 등 핵심 플랫폼과 파이프라인을 앞세워 글로벌 파트너 발굴에 나설 예정이다. 일부 기업들은 수개월 전부터 수십 건의 파트너링 미팅 일정을 조율하며 기술수출과 공동연구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물론 바이오 USA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만능 열쇠는 아니다. 행사장에서 이뤄진 미팅이 곧바로 기술수출 계약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실제 계약 체결까지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의 협상 과정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업계가 매년 바이오 USA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 한 번의 만남이 기업의 미래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국내 기업들의 굵직한 기술수출 계약 상당수도 이러한 글로벌 네트워킹의 연장선에서 시작됐다.
샌디에이고로 향하는 비행기에 업계의 기대가 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길어지는 바이오 한파 속에서도 누군가는 새로운 기술을 소개하고, 누군가는 파트너를 찾고, 누군가는 다음 성장 동력을 논의한다. 증시의 시선은 잠시 다른 곳을 향하고 있을지 몰라도 샌디에이고의 회의실에서는 여전히 미래 먹거리를 둘러싼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 바이오 산업의 시계는 지금도 멈추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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