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우진 기자] HD현대로보틱스 기업공개(IPO) 절차가 사실상 중단된 사이 발행사와 주관사의 분위기가 변한 것이 감지된다. 정부의 예외적 허용에 기대를 걸었지만 관련 조항이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여겨져서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로보틱스의 상장 준비 작업이 재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관사단은 지난 4월 회사에 상주하던 인력을 철수한 후 복귀 일정을 두 달 째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 딜은 조단위 비중에 맞춰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 UBS가 대표 주관사로 이름을 올렸고, 신한투자증권과 키움증권, 하나증권이 공동 주관사를 맡았다.
실무진이 사실상 손을 놓은 이유는 중복상장 규제 압박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당초 지방선거 이후 정부가 예외 조항을 마련해 어느 정도 상장 물꼬를 터줄 것이라던 기대가 상당 부문 사라진 상태다.
모기업인 HD현대는 자회사 상장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었고 특히 정기선 회장의 의지가 굳건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정통한 관계자는 “HD현대그룹 내에서도 (HD현대로보틱스) 상장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정부 기조가 확고하다 보니 경영진 생각도 바뀐 것”이라고 했다.
중복상장의 예외적 허용 조항의 윤곽이 HD현대에 불리하게 나타난 것도 분위기를 어둡게 했다. 당초 그룹 측은 국가첨단전략산업에 해당하는 기업은 상장이 가능할 거란 기대를 갖고 있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로봇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관련 논의가 이어질 수록 예외적 허용 조항은 산업이 아닌 일반 투자자 보호를 위한 소액주주 동의 확보 방향으로 기울어졌다. 그룹 측의 예상이 빗나가면서 상장 의지는 힘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HD현대로보틱스와 주관사단은 실제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을 확인해 대응 방향을 정할 방침이다. 요건에 맞춰 임시주주총회 등을 개최하고 주주동의 확보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주관사단 관계자는 “현재는 구체적인 지침이 없어서 기다리고 있지만 주주동의로 예외 조항이 기울 것으로 본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HD현대로보틱스가 주주동의 조건으로 상장하기 위해서는 큰 고비가 예상된다. 주주구성에서 발행주식총수 기준으로는 40.07%, 의결권 있는 주식 기준으로는 47.1%가 소액주주 비중이라서다.
여기서 문제는 소액주주의 의결권 행사율이다.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일반 주주의 전자투표 행사비율은 0.29%에 불과하다. 위임장이나 의결권대리행사권유를 통한 참여는 제외된 수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절대적인 참여도가 낮다는 지적이다. 회사와 주관사단이 나서 주주총회 참석을 독려한다 해도 당국의 잣대를 넘을 지 미지수다.
이런 맥락에서 국민연금공단 지분도 변수다. HD현대의 국민연금공단 지분율은 6.87%. 기존 감사위원 선임 사례에 적용된 3% 룰을 보면 국민연금의 의결권도 제한되지만 실제 가이드라인에서는 적용 여부를 알 수 없다. 시행 목표 시점인 7월까지 남은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도 세부 요건의 모호한 영역이다.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발행사와 주관사단의 대응이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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