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우진 기자] 한국거래소가 난맥에 빠진 중복상장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꺼내든 가이드라인 발표를 두고 장고를 이어가고 있다. 7월이라는 시행 목표 시점이 다가왔지만 주주동의 방식을 두고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하는 양상이다. 지배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방안에 힘이 실리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은 다시 지연돼 오는 19일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5월 29일 발표 예정이었으나 6월 5일로 한 차례 미뤄졌고, 당시 늦어도 9일까지 발표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재차 순연됐다. 7월부터 규제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마지노선이라는 평가다. 절차상 규정 개정안을 발표한 뒤 최소 7일의 의견 수렴 기간을 둬야 하고, 이후 내부 시장위원회 의결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의결 등을 거쳐야 한다.
주요 쟁점은 주주동의 방식이다. 중복상장 예외 허용 기준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모회사 일반주주의 동의 확보 방법을 두고 이해관계자 간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거론되는 건 특별결의, 3% 룰을 적용한 일반결의, 소수주주 다수결(MoM) 등이다. 이중 3% 룰이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한 상태에서 주주총회를 열어 자회사 상장 안건을 의결하는 방식이다.
일반주주 보호 효과와 상장 난도 등을 고려한 중간지대로 여겨지지만 반발도 적지 않다. 국내 기업의 통상적인 수준을 감안하면 안건에 대한 찬성률을 충족하더라도 전체 출석 주식수 자체가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에 못 미쳐 부결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IB 관계자는 “주주총회 참석을 요청하기 위해 명부를 보고 직접 연락하거나 찾아가기도 하는데 실무적으로 업무 부담이 크다”며 “그렇게 하더라도 실제 참석할지는 알 수 없어 정족수 미달 가능성이 높다”고 토로했다.
나아가 MoM 방식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3% 룰은 최대주주만이 아니라 모든 주주에게 적용된다. 감사위원 선임 시에 특정 주주의 영향력이 커지지 않도록 제한하려는 목적이다. 중복상장은 모기업과 일반 주주의 이익이 상충되는 경우라 해당 사안과는 상이하다는 지적이다. 행동주의 펀드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 목적이라면 소액주주의 의견을 최대한으로 반영하는 MoM 방식이 적합하다고 본다”며 “3% 룰에 따라 국민연금 등 기관 투자자의 지분도 일괄 제한한다면 오히려 의사결정 과정이 왜곡될 수 있다”고 짚었다.
가이드라인 부재 속에 시장 혼란도 가중되는 양상이다. 거래소가 현재 논의되고 있는 내용만이 아니라 일정조차도 공유하지 않는 상태라 업계에서는 곤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IB 관계자는 “현재 중복상장으로 간주될 수 있는 기업의 상장 준비를 전면 중단하고 가이드라인만 기다리고 있는데 감감무소식”이라며 “발표가 추가로 지연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