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롯데케미칼이 2022년부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불황의 진앙지로 꼽히는 LC타이탄(Lotte Chemical Titan)을 두고 고심하는 모습이다. 해당 법인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해외투자사업(라인프로젝트, LCI)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현재 시장에서는 롯데케미칼이 LC타이탄 매각에 나설 것으로 점치고 있으나 LCI 지분 제외 조건을 걸기에는 석유화학 불황 속 헐값 매각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롯데케미칼의 대여금 출자전환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LC타이탄(전 타이탄케미칼)은 1989년 설립된 동남아시아 최대 올레핀 및 폴리올레핀 생산업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10년 약 1조5000억원을 들여 타이탄 케미칼 지분 100%를 인수, LC타이탄을 출범시켰다. LC타이탄은 말레이시아에 나프타 분해시설(NCC) 2곳을 포함해 12개의 공장, 인도네시아에 3개 공장과 초대형 석유화학 단지(LCI)를 보유하고 있다. 앞선 2017년 말레이시아 증권거래소에 상장했으며 이 과정에서 롯데케미칼의 지분은 75.86%로 조정됐다.
LC타이탄은 2010년대만 해도 핵심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다. 특히 2016년에는 2조2851억원의 매출과 505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이며 롯데케미칼 전체 영업이익의 약 19.9%를 책임졌다. 다만 중국업체들의 대규모 증설로 상황이 반전됐다. 과거 LC타이탄의 최대 수출국이었던 중국이 석화제품을 덤핑 수준으로 밀어내면서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남중국해와 말라카 해협를 통한 동남아 최대수출 허브로 꼽혀왔는데 현재 이 지역은 중국업체들의 재고가 역유입되는 통로로 바뀌었다.
결국 현 시점 LC타이탄은 롯데케미칼의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했다. 실제 해당 법인의 순손실은 2022년 2159억원→2023년 1999억원→2024년 3973억원→지난해 9300억원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렸으며 같은기간 누적 순손실만 1조7431억원에 달한다. 올해 1분기에는 LCI 상업생산 효과에 힘입어 매출액(9331억원) 전년 동기 대비 91.5% 증가했지만 같은기간 분기순손실은 813억원으로 적자 폭(2025 1Q 순손실 717억원)이 확대됐다.
이에 시장에서는 롯데케미칼이 LC타이탄을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측은 LC타이탄 매각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나 2024년 상반기부터 복수의 사모펀드(PEF)는 물론 국내외 석유화학 기업을 대상으로 인수 후보 물색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도 롯데케미칼이 대산·여수공장 합작과 LC타이탄을 매각할 경우 연간 5800억원의 적자 감소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문제는 LC타이탄이 보유한 LCI 지분이다. LCI는 창사 이래 최대 해외사업인 라인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해외법인으로 현재 롯데케미칼이 49%, LC타이탄이 51%의 지분을 나눠가지고 있다. 향후 LC타이탄을 매각하게 될 경우 롯데케미칼은 LCI 경영권을 내줘야하는 상황이고 반대로 LCI 지분을 제외하는 조건을 걸기엔 석화업계 불황 속 원매자를 찾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롯데케미칼은 LCI 만큼은 끝까지 안고 간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그도 그럴 것이 LCI는 인도네시아 최초의 NCC로 총 39억달러(한화 약 5조5000억원)을 투입해 연간 에틸렌 100만톤(t), 프로필렌 52만t, 폴리프로필렌 35만t 등 최종 제품까지 이어지는 생산시설은 물론 33만평(약 110만㎡)의 부지까지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에틸렌 자급률이 50%를 하회한다는 점에서 연간 2조8000억원 이상의 매출 증대 효과가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롯데케미칼이 최근 LCI에 3억달러(약 4517억원)에 달하는 대여금을 집행하기로 한 결정이 관심을 끈다. LCI의 장기 차입금을 관리하기 위한 조치라는게 사측의 주장이나 업계에서는 향후 대여금 출자전환을 통해 LCI 지분을 롯데케미칼로 옮겨오는 선제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모회사가 비상장 자회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기존 대여금 채권을 활용하는 것은 대표적인 기업 재무구조 조정 방식이다.
이때 롯데케미칼과 LC타이탄이 LCI에 출자한 순수 자본금은 총 투자금(39억5000만달러)을 하회한다. 총 24억달러 규모의 투자금을 외부 금융기관 대출을 통해 조달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대여금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롯데케미칼의 지분은 LC타이탄을 상회할 전망이다. 나아가 롯데케미칼이 올해 3월 LCI 지분 25%를 주가수익스왑(PRS) 방식으로 처분한 것도 눈에 띈다. 해당 딜은 만기가 도래하는 2028년에는 차액 정산과 함께 롯데케미칼이 다시 LCI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이와 관련 시장 관계자는 "롯데케미칼 입장에서는 LCI 경영권 확보와 LC타이탄 매각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LCI에 최근 4500억원 규모의 대여금을 집행한 것이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단추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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