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국내 금융그룹사를 포함한 기관투자가(LP)들이 국민성장펀드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된 벤처캐피탈과 사모펀드를 모시기 위해 이례적으로 헤게모니가 역전된 상황에서 줄을 서기 시작했다.
정부의 모험자본 투자 확대 요구와 위험가중자산(RWA) 규제 완화 혜택이 맞물리면서 시중 금융지주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뷰티 콘테스트 통과 하우스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성장펀드 1~2차 출자 사업에서 위탁운용사로 선정된 GP들을 중심으로 금융지주사들의 미팅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운용사 실무자들은 정책자금을 위탁받게 되면 이에 관련한 매칭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권을 찾아다니는 것이 관례적인데 국민성장펀드와 관련해서는 갑을(甲乙) 역전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특히 정부로부터 모험자본 투자 확대를 주문받은 금융사 실무진들은 선정 결과가 발표된 직후부터 경쟁적으로 해당 GP들과의 접촉면을 넓히며 영업(?)에 골몰하는 분위기다.
금융권이 이처럼 국민성장펀드 GP에 자금을 밀어넣으려는 일차적 원인은 위험가중자산 규제 인센티브에 있다. 일반적인 사모펀드 출자는 바젤III 기준에 따라 400%의 위험가중치가 적용돼 금융회사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에 부담을 준다.
반면 국민성장펀드 매칭 출자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 아래 금융위원회가 특혜를 부여하면서 위험가중치를 100%로 인정받을 수 있는 특례가 적용됐다. 지난 몇 년 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에 따른 대규모 충당금 적립으로 자본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린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건전성 지표 악화를 4분의 1 수준으로 방어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셈이다.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거절하기 어려운 선택지가 됐고 특히 자본 규제 압박이 거센 대형 은행 계열사들에게는 RWA 가중치 감면이 자금 집행의 핵심 열쇠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무적으로는 정부 기조에 맞추려는 금융지주 회장들의 대규모 투자 선언이 내부적으로 큰 압박이 되고 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 주요 그룹 리더들은 상생금융과 혁신성장 지원을 기치로 내걸고 향후 5년간 각각 100조원 안팎의 투자 계획을 대외적으로 선언했다.
금융사들에 있어 모험자본 투자는 각 금융지주사의 계열사별 핵심성과지표(KPI)로 분할 할당됐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매년 수십조원 단위의 투자 실적을 채워야 하는 금융그룹 내부 실무 부서는 규제 부담이 없으면서 정책 기조에 부합하는 국민성장펀드 GP 출자를 최우선 과제로 삼을 수밖에 없다. 하반기 정부 업무 보고에 앞서 숫자를 맞춰야 하는 실무진 입장에서는 최대한 빨리, 최대한 많은 자금을 밀어넣어야 하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자금 유치 경쟁이 아닌 출자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금융지주는 다른 경쟁 금융그룹보다 먼저 확약서(LOC)를 발급하겠다며 GP에게 파격적인 조건을 제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일각에선 민간 자금의 국민성장펀드 쏠림 현상으로 인해 대다수의 운용사들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성장펀드 외에 다른 출자사업에서 GP로 선정된 운용사들도 민간에서 자금을 끌어와 최소결성금액을 충족해야 하는데 시장 자본이 모두 국민성장펀드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책 자금을 마중물로 삼은 특정 GP에 시중 자금이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자본시장 전반의 수급 불균형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각 운용사들이 금융지주 담당자를 만나기 위해 애를 썼었는데 최근에는 오히려 금융지주 쪽에서 먼저 만나자고 한다"며 "출자 확약서를 먼저 써주겠다는 제안까지 적극적으로 들어와 시장 변화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전체 내용과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사 본문과 함께 읽어주세요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