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은 한국 자본시장이 넘어야 할 또 하나의 관문이다. 이제 완전히 다른 시장 환경이 기다린다. 최대 300억달러 규모의 장기 자금이 유입되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대표 기업들이 세계 투자자들의 기본 포트폴리오에 자연스럽게 편입되는 구조가 열린다. 한국은 그동안 숙제를 하나씩 풀어왔다. 1인당 국민소득과 시장 규모는 이미 기준을 충족했고, 올해는 외환시장 거래시간 연장, 역외 원화결제 인프라 구축,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개선 등 해외 투자자들이 꾸준히 지적해온 숙제들을 하나씩 풀어냈다. 6월 한국이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 지정을 향해 어디까지 준비를 마쳤는지,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분야별로 짚어본다.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한국 증시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기 위한 핵심 전제 조건은 시장 접근성이다. 한국은 시장 규모나 경제력 같은 정량 요건은 이미 상당 부분 충족했지만, 외환시장과 거래 인프라 측면에서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아직까지도 불편한 규제를 유지하는 현실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이재명 정부는 대통령 공약으로 걸었던 코스피 5000 포인트 달성을 재임 1년 만에 성취했고 이제는 10000 포인트를 향하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해외외국환업무취급기관(RFI) 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했다. RFI는 국내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된 해외 금융기관을 뜻한다. 이번 개편은 등록·보고 부담을 낮추고 계좌 활용도를 높여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를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가장 먼저 중앙집중형 기장모델(CBM)을 활용하는 글로벌 금융기관의 등록 절차를 대폭 간소화한다. 기존에는 글로벌 금융기관이 국내 외환시장에 참여하려면 거래 귀속주체(Booking Entity·BE) 외 거래를 지원하는 지점이나 법인도 별도로 RFI 등록 절차를 밟아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실제 거래 책임이 귀속되는 BE 중심으로 절차를 단순화한다. 거래만 수행하는 법인이나 지점은 별도 등록 대신 관련 확인자료 제출만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신규 해외 금융기관의 시장 진입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제재 관련 보고 의무도 완화한다. 기존에는 RFI 등록 기관이 자국이나 해외 감독기관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경우 7일 이내 정부에 보고해야 했다. 다국적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내부 확인 절차와 시차 등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부담이 큰 규제였다. 게다가 실제 보고 기한을 넘기면 국내법 위반 소지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신규 참여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혔다. 이런 배경에서 정부는 보고 기한을 기존 7일에서 30영업일로 연장하고 보고 대상도 금융업 인가·등록 취소, 주요 영업정지 등 핵심 사안 중심으로 구체화하기로 했다.
업무용 원화계좌 활용 범위도 확대한다. 기존 RFI 계좌는 규제가 까다로워 고객 자금을 개별적으로 구분 관리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 정부는 업무용원화계좌를 투자전용 통합계좌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이에 따라 고객 잔고 보유, 증권투자 결제자금 이체, 결제 지원 목적의 일시적 원화 차입(오버드래프트·OD)도 가능해진다. 해외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실제 투자와 결제 과정의 편의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정부는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의 불편 요소를 연달아 손질해 왔다. 지난 2월에는 외국법인 계좌 개설 과정에서 국제표준 법인식별기호(LEI, Legal Entity Identifier) 발급확인서를 실명확인 증표로 인정해 번역과 공증 부담을 줄였다. 위임장 공증 요건 완화와 비대면 실명확인 허용 등도 함께 시행했다.
지난 3월에는 Eurex와 FTSE의 코스피 선물 거래시간 제한도 폐지했다. 미국이나 유럽 시장 거래시간에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결정 등 대형 이벤트가 발생하더라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시차 제약 없이 코스피 선물을 통해 위험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정책 의지가 MSCI 선진국지수 편입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상당 부분 편입 요건을 충족한 상황에서 정부의 제도 개선 노력까지 더해지고 있다"며 "현재 외국인의 한국 시장 투자 수요도 높은 만큼 편입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아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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