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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두 가족, 3세 경영 지속력 '물음표'
이세정 기자
2025.11.18 07:05:12
박정석 장남 가장 먼저 임원, 지분 승계는 신용화 유리…두 가문 '특수관계' 안 묶여
이 기사는 2025년 11월 14일 07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최장수 해운사인 고려해운은 복잡한 지배구조로 유명하다. 창업주를 도와 회사를 성장시킨 2명의 전문경영인은 고려해운이 오너 2세 체제로 진입하자 주식 현물출자 방식으로 지주사를 세웠고, 경영권을 가져왔다. 하지만 고려해운은 지배구조가 완전히 정리됐다고 볼 수 없다. 창업주 2세가 고령임에도 후계자를 두지 않은 데다, 전문경영인 가문 간 지분 우위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딜사이트는 고려해운의 현황과 추후 과제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출처=고려해운 홈페이지)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고려해운의 두 가문 공동 경영체제가 지속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린다. 박씨 일가가 3세 경영을 일찌감치 시작한 반면 신씨 가문은 아직 경영승계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또 두 일가가 지주사인 고려HC(고려에이치씨) 지분을 50대 50으로 동등하게 유지하고는 있지만 현재 경영권 행사 측면에서는 박씨 일가가 다소 주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차후 주식 승계 과정에서 세금 마련을 위한 주식 처분 등의 변수가 발생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고려해운 전문경영인 1세대인 고(故) 박현규 명예회장과 신태범 KCTC 회장은 2012년 합세해 고려해운 경영권을 차지했으며, 현재 2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대학 동창인 두 사람은 올 3월 박 명예회장이 98세의 일기로 별세하기 전까지 약 80년간 막역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 박씨 일가 3세 장남, 가장 먼저 임원 승진…신씨 3세는 '무소식'


고려에이치씨 출범 초반에는 신 회장이 지분율 43.3%로 개인 최대주주였다. 박 명예회장 두 아들인 박 회장과 박주석 고려해운 기타비상무이사가 각각 24.7%, 23.8% 총 48.5%를 보유했다. 나머지 기타 주주 3인이 8.2%의 잔여 지분을 받았는데, 박 명예회장과 신 회장 일가인 것으로 추정된다. 신 회장은 2017년 자신이 보유한 고려에이치씨 주식을 가족들에게 증여했고, 최대주주는 박 회장으로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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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일가 후계자들은 고려에이치씨와 고려해운 지휘봉을 함께 잡으며 경영 투트랙 구도를 유지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박 회장과 신 사장은 2007년부터 고려해운, 2015년부터 고려에이치씨 공동 대표이사로 취임해 직을 수행하고 있다.


고려에이치씨 지분구조. (그래픽=신규섭 기자)

두 가문은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은 동등한 지분 구조를 만들었지만, 3세 경영까지 잡음 없이 공동경영이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박 회장 장남인 박태민 상무가 올 3월 단행된 임원 인사로 임원 반열에 오르며 3세 경영의 신호탄을 쐈다. 해운업은 특성상 영업력과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상무가 다른 3세보다 한 발 앞서 경영 수업을 받게 된 만큼 사내 입지를 더욱 착실히 다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차남도 임원은 아니지만 현재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1954년생)과 신 사장(1962년생)의 나이차가 8살이라는 점에서 박 회장 자녀들의 승진 소식이 빠를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재 신씨 일가 3세에 대해 공개된 정보는 없지만, 차후 신 사장의 자녀가 언제 어떤 직책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지가 공동경영 구도 지속 여부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지주사 주식 승계 과정서 천문학적 증여세…신 씨 측보다 박 씨 측 불리


업계는 고려해운 경영권이 3세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잡음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 회사 지배구조 상 경영권을 이양받기 위해서는 고려에이치씨 지분을 확보해야 하지만, 양가 3세 모두 고려에이치씨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서다.


예컨대 두 가문 3세들이 보유한 주식을 수증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규모의 세금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 고려에이치씨의 주당순손익가치와 주당순자산가치로 평가한 주당가치는 869만2049원이다. 이를 박 회장 보유 주식에 대입하면 총 가치는 5406억원이며, 납부해야 할 세금은 3243억원으로 계산된다.


고려해운 지배구조. (그래픽=신규섭 기자)

실제로 박 회장 장남은 물론 차남 박태일 부장도 고려해운에서 근무 중이다. 두 형제가 부친 주식을 절반씩 나눠 받는다고 하더라도 1600억원 이상의 현금 유출이 불가피하다. 신 사장 역시 고려에이치씨 주식을 들고 있다. 지분율로는 4.3%에 불과하지만, 이를 신 회장 자녀가 물려 받는다면 증여세로만 570억원 상당을 지불해야 한다.


박 회장의 경우 동생과 함께 2인이서 50%에 달하는 지분율을 구축 중이지만, 신 회장은 일찌감치 친인척 10명에게 주식을 쪼개서 줬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신씨 일가의 경우 추후 주식 증여 과정에서 개인이 부담해야 할 자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분석이다. 만약 박씨 일가 3세들이 실탄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주식을 매도해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 KCTC, 신태범 미등기 회장…동일인 박정석 회장 특수관계인 미포함


주목할 점은 대기업집단에 포함되는 고려에이치씨는 박 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고 있는데, 신 사장 일가는 특수관계인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친족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연관이 있거나 지배구조 상 얽혀있는 관계를 모두 포함하는 특수관계인은 '우호 세력'으로 읽힌다. 신 사장 일가가 특수관계인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 결국 견제의 목적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고려해운 계열 유일한 상장사인 KCTC는 신 회장이 미등기 임원을 맡고 있으며 박 회장과 신 사장이 각각 기타비상무이사를 역임 중이다. 하지만 박 회장은 자신과 동생의 가족만 특수관계인으로 기입했다. 신 사장과 신 사장 형인 신용각 씨는 KCTC 지분을 각각 6.96%, 5.8% 확보한 상태지만 특수관계인에서는 빠져 있다.


기업 지배구조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두 가족 경영 체제가 흔들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한 지붕 두 가족 경영구도가 세대를 이어 지속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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