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종학 기자] 이재명 정부가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는 기조가 이어지자 '주주가치 ETF'가 새롭게 각광 받는 가운데 시장에서 성과와 자금 유입 사이의 온도 차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성과에서는 선발주자인 BNK자산운용이 1위를 차지했지만 실제 투자자 자금은 한국투자신탁운용에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후발주자 가운데 일부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주가치 ETF 시장은 2022년 BNK자산운용이 첫 주주가치 ETF를 선보인 이후 트러스톤·NH아문디·교보악사·한국투자신탁운용 등이 잇따라 합류하며 현재 총 5종이 상장돼 있다. 

주주가치 ETF는 기업의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을 핵심 지표로 삼는다.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들의 주주친화 정책을 장려하면서 ETF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이 시장은 모두 액티브 전략을 채택하고 있어 운용사의 운용능력이 중요하다. 패시브 ETF는 지수와 동일한 흐름을 따르며 비용을 최소화하는 구조다. 반면 액티브 ETF는 운용사가 포트폴리오 구성을 적극적으로 바꿔가며 시장 평균을 넘어서는 수익을 노린다.

주주가치 ETF 리그의 연초 이후 수익률(YTD) 1위는 BNK자산운용의 BNK주주가치액티브다. 2022년 10월 상장 이후 꾸준히 운용해온 이 상품은 57.09%라는 압도적인 성과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자금 유입은 4억원에 불과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성과와 자금 사이 괴리가 드러난 대목이다.

투자금이 몰린 쪽은 오히려 후발주자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이다. ACE라이프자산주주가치액티브는 올해 들어 224억원 순유입을 기록했다. 수익률은 48.06%로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브랜드 신뢰도를 바탕으로 자금을 흡수했다는 평가다. 

ACE라이프자산주주가치액티브는 라이프자산운용과 투자자문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경쟁사 ETF와의 차별점이다. 라이프자산운용은 가치투자 하우스이자 인게이지먼트 전략을 통한 주주행동주의에 앞장서고 있는 운용사다. 포트폴리오 자문 뿐만 아니라 향후 필요시 주주권한 행사에도 협력할 방침이다. 

행동주의 펀드를 운용하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의 트러스톤주주가치액티브도 2023년 말 출시 이후 55.09% 수익률을 기록하며 성과 측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자금 유입도 23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준수한 편이다. 다만 보수가 0.785%로 업계 평균 대비 높은 점은 향후 확장성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반대로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주주가치성장코리아액티브는 55.41%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143억원 자금 유출을 기록했다. 성과가 뒷받침됐음에도 투자자 이탈이 이어진 것은 후발주자임에도 마케팅 부진과 기존 상품 라인업과 차별성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보수 측면에서는 교보악사(0.405%)가 가장 낮았지만 성과와 자금 유입 모두에서 부진했다. 이는 단순히 '저보수=자금유입'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오히려 투자자들은 브랜드, 운용역량, 테마에 대한 신뢰를 우선시하고 있다 해석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주주환원 강화가 정책 아젠다로 자리잡은 만큼 주주가치 ETF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라며 "다만 특정 지수가 아닌 액티브 운용 방식의 상품인 만큼 장기 성과가 자금유입을 판가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