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방태식 기자] 루닛이 17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는 시장 평가가 나오고 있다. 회사 실적이 부진한 탓에 주가가 전환가액 보다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CB 전환에 성공한다 해도 전환가액 하향 조정(리픽싱)으로 발행주식 수가 늘어나 지배력 약화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루닛은 지난해 5월 두 차례 CB(1회차·2회차)를 발행했다. 발행 규모는 각각 1665억원과 50억원이다. 해당 CB 발행은 호주 인공지능(AI) 의료영상 솔루션 기업 '볼파라'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진행됐다. 루닛은 해당 CB 자금을 기반으로 2600억원을 들여 볼파라를 인수했다.
현재 루닛은 해당 CB들을 상환 대신 주식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CB에 비해 부족한 탓이다. 올 상반기 말 기준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현금및현금성자산+기타금융자산+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은 총 522억원이다. 발행된 CB 물량 중 30% 이상 상환 요구가 발생한다면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다. 해당 CB들은 각각 올해 5월4일, 6월1일부터 전환청구기간에 돌입했다.
현금창출력도 둔화되는 추세다. 루닛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3년 마이너스(-) 365억원에서 지난해 -657억원으로 악화됐다. 올해 상반기에도 -252억원을 기록하며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 유출 기조를 이어지는 중이다.
문제는 주가 부진으로 인해 CB의 주식 전환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루닛 주가는 CB를 발행하기 직전인 지난해 4월 말 기준 5만6500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달 1일 종가는 4만1100원에 머무르며 1년 5개월 새 27.3%(1만5400원)나 주저앉았다. 일반적으로 채권자 입장에서 주가가 전환가액에 못 미치면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시장에서는 주가 하락 배경으로 루닛의 수익성 부진에 주목한다. 회사는 올 상반기 기준 매출 371억원, 영업손실 42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3.2%(197억원) 늘었지만 적자폭도 28.1%(92억원) 커졌다. 볼파라 인수 이후 외형 확대 효과는 있었지만 수익성 개선은 이뤄지지 않는 셈이다.
루닛은 주요제품(루닛 스코프, 루닛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고 주가 부양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회사의 수익성 문제는 2021년 상장 이후 꾸준히 제기돼 왔다는 점에서 빠른 시일 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CB 전환에 따른 최대주주 지배력 약화도 우려되는 대목 중 하나다. 현재 루닛의 최대주주는 창업자인 백승욱 의장이다. 올 상반기 말 기준 백 의장의 지분율은 6.78%이며 기타 특수관계인의 물량을 다 합쳐도 17.68%에 불과한 상황이다.
주가 하락에 따른 CB 전환가액 리픽싱도 지배력 리스크를 확대하고 있다. 루닛은 올해 7월과 8월 CB 전환가액을 리픽싱했다. 기존 5만4892원, 5만5693원으로 설정된 전환가액은 현재 5만2846원, 4만7819원까지 내려갔다. 그로 인해 CB 주식 전환에 따라 발행되는 신주도 기존 약 312만주에서 325만주로 증가했다.
추가적인 리픽싱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루닛이 보유한 CB는 전환가액은 3만8000원대까지 조정될 수 있다. 최저 전환가액까지 조정될 경우 전환 시 발행되는 주식수는 446만1367주(유통주식 총수의 15.3%)까지 늘어난다.
루닛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적당한 시점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주가 부양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며 "당장 최대주주 지배력이 문제가 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향후 주식 매입 등 지분율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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