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재윤 기자] 하림그룹이 신선식품 직배송 플랫폼을 출범하며 이커머스 시장에 출사표를 냈다. 오너 2세 주도로 스마트 풀필먼트 센터를 기반으로 한 직송시스템을 통해 시장에 연착륙한다는 구상이다. 이미 경쟁 포화에 놓인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연착륙할 수 있을지 업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하림그룹은 신규 신선 식품 플랫폼 '오드그로서'를 출시했다고 이달 10일 밝혔다. 당일 생산과 당일 출고를 원칙으로 하는 식품 특화 플랫폼으로 농장에서 직접 수확해 손질한 식재료나 식품을 소비자가 바로 주문해 섭취할 수 있도록 한 '디지털 직거래 장터'라는 사측 설명이다.
오드그로서는 하림이 야심차게 준비한 C2C(Cut to Consume) 서비스의 마지막 퍼즐로 평가된다. 하림은 식품의 제조부터 유통, 배송까지 전 과정을 수직계열화한 C2C 모델을 구상해 왔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약 1500억원을 투입해 온라인 첨단 물류센터인 FBH(Fulfillment By Harim)를 설립했다.
이 센터는 상품의 입고, 보관, 포장, 출고, 배송, 반품 등 전 과정을 처리하는 통합 풀필먼트 기능을 갖추고 있다. 하림은 식품 제조기업이 직접 풀필먼트센터를 운영함으로써 물류창고에서 발생하는 지체 시간을 줄이고, 그만큼 신선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특히 이번 사업은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의 차녀 김현영 씨와 삼녀 김지영 씨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지난해 하림지주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아왔으며, 이번 플랫폼 출범을 통해 본격적으로 경영 참여에 나선 셈이다.
다만 신선식품 배송 시장이 이미 치열한 경쟁 구도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만큼 오드그로서가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우려도 제기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식품 거래액은 코로나19 이후 연평균 약 5조원씩 증가하며 2023년에는 40조원을 넘어섰다. 쿠팡의 로켓프레시, 마켓컬리, 오아시스 등 주요 이커머스 뿐 아니라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 네이버 쇼핑까지 경쟁에 뛰어들며 시장 경쟁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오드그로서의 사업 모델이 과연 기존 플랫폼과 어떤 차별성을 가질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하림 측은 FBH를 통해 보다 신선한 제품을 더 빠르게 배송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이미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당일 배송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경쟁 우위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신선식품 이커머스 시장은 이미 빠른 배송에 소비자들이 길들여져 있다"며 "몇 단계를 거치든 하루 안에 도착하는 시스템이 정착된 만큼, 단순한 물류 과정 축소만으로는 소비자에게 차별화로 다가가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어 "결국 사업의 성패를 가를 요인은 상품의 가짓수(SKU)와 가격 경쟁력"이라며 "SKU가 많아야 소비자가 한 번 주문할 때 다양한 카테고리의 제품을 함께 구매할 수 있어 유인 효과가 커진다"고 덧붙였다.
특히 하림이 강조한 C2C 모델은 업계에서 초신선 직배송을 내세운 '정육각'과 유사하다는 평가도 있다. 정육각은 도축 직후의 신선육류를 고객에게 직접 배송하는 D2C(Direct-to-Consumer) 방식으로, 오드그로서와 마찬가지로 유통 단계를 최소화한 직배송 시스템을 내세웠다.
이에 대해 하림 관계자는 "오드그로서는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 과정을 직접 책임지는 C2C 서비스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신선함을 제공하겠다"며 "하림만의 방식으로 식탁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 농가와의 상생, 품질 경쟁력 제고를 통해 국내 식품산업 발전과 수입 식품 방어에 기여하겠다"며 "SKU는 앞으로도 확대할 예정으로 피크타임(식재료가 가장 신선한 순간)에 맞는 제품 중심으로 선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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