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기자도 대한민국 노동자다. 노동자가 회사와 대립한다면, 노동자의 목소리가 더 가깝고 크게 들린다. 이번 대우건설 노조의 임금 투쟁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측의 임금 인상 약속 불이행에 맞서 총파업까지 예고한 노조의 강경한 대응에 공감이 앞섰다.
이번 대우건설 노사 갈등의 배경은 이렇다. 지난 2022년 대우건설이 중흥그룹에 인수될 당시 체결한 상생협약에는 '3년 이내 동종업계 상위 3대 건설사 수준으로 임금을 인상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이를 근거로 노조는 올해 상위 3개 건설사와의 임금 격차(4.8%)에 업계 평균 인상률(3.8%)을 더한 8.6%의 최초 임금 인상안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경영 악화를 이유로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건설경기 침체로 대우건설의 지난해 실적은 큰 폭으로 악화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0% 줄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0%, 50% 이상 감소했다. 이익이 줄어든 상황에서 인건비 인상은 기업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미 지난해 한 차례 약속 이행을 유예한 노조 입장에서는 올해까지 또다시 번복되는 상황에 분노가 쌓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노조는 사상 첫 총파업까지 예고했다. 노사 간 불신의 벽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특히 노조의 불만은 중흥그룹을 향하고 있다. '군대식 조직문화', '일방적 소통' 같은 거친 표현들이 나오는가 하면, 오너의 발언을 '망언'이라 지칭하며 경영 투명성에 대한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상생의 3년은 끝났다"는 자조 섞인 말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취재를 이어가다 보니, 중흥이 대우건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제 나름대로 노력해온 흔적도 다수 있었다. 실제 대우건설은 최근 3년간 약 20%의 누적 임금 인상률을 기록했다. 이는 10대 건설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중흥건설보다도 높은 인상률이기도 하다.
현재 대우건설 임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원을 넘는다. 내부에서는 "요즘 입사한 직원들은 호시절을 겪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과거 산업은행이 최대주주였던 시절, 대우건설은 5년 연속 연봉이 동결된 바 있다. 그 시절을 겪어온 이들에게는 지금의 처우가 분명 나아진 환경이라는 점은 동의할 것이다. 중흥이 그간 상생의 약속을 일정 부분 지켜왔다는 증거다.
대우건설 노조가 그간의 변화와 중흥의 노력도 한 번쯤 돌아볼 수 있다면, 이번 갈등이 '파국'이 아닌 '해결'의 방향으로 갈 수 있다. 노조는 중흥은 맞서 싸워야 할 '적'이 아니라, 함께 현재의 건설업 위기를 극복해야 할 '가족'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노사 모두 감정을 잠시 내려놓고, 상생의 약속을 다시 꺼내볼 필요가 있다.
대우건설 노조는 자신들을 '회사를 지키기 위해 뭉친 노조'라 말한다. 주인이 몇 번이나 바뀌는 동안 회사를 지키기 위해 서로 연대해왔다는 설명이다. 실제 10대 건설사 중 가장 많은 조합원을 보유하고 있다. 전체 임직원의 75% 이상인 약 3000명이 가입해 있다.
지금 건설업계는 위기의 갈림길에 서 있다.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지만, 건설 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대우건설 역시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대우건설을 향한 노조의 애정과 소속감이 이제는 중흥까지 향하길 기대해 본다. 회사를 지키기 위해 그간 애써왔던 노조의 마음이 이번 갈등을 풀 실마리이자, 대우건설이 도약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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