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현대제철이 후판에 이어 열연강판의 반덤핑 제소를 검토 중인 가운데 정작 가만히 있는 포스코가 가장 많은 이득을 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의 국내 열연강판 시장점유율이 80% 안팎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사실상 독점 기업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시장에서는 포스코가 열연강판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만큼 중국 및 중견 제강사들의 여론을 의식해 현대제철을 통한 업계 동향 살피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열연강판 반덤핑 제소를 검토 중이다. 실제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열연 등 기타 제품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덤핑 제소는 저렴한 수입 제품에 대한 관세를 붙여 국내 시장에서 비싸게 팔게 하는 제도다.

현대제철이 반덤핑 제소를 검토하고 있는 건 중국산 저가 제품에 국내 철강사들의 실적이 대부분 악화됐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앞서 7월 정부에 중국산 저가 후판을 대상으로 반덤핑 제소를 신청했고 이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가 받아들이며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즉 중국산 저가 제품에 의한 실적 하락 여파로 후판에 이어 열연강판까지 반덤핑 제소에 나서려는 셈이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도 "보통 후판과 열연강판 반덤핑은 같이 묶여 나오는 게 일반적"이라고 평가했다.

눈길이 가는 부분은 현대제철이 열연강판 반덤핑 문제를 수면 위로 끌고 왔지만 정작 이득은 포스코가 가장 많이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는 점이다. 포스코가 국내 열연강판 점유율을 80%가량 차지하고 있는 만큼 중국의 수출길을 막으면 가장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열연강판 점유율을 대부분 가지고 있는 포스코가 열연강판 반덤핑 문제에 공식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포스코 역시 중국산 저가 제품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만큼 반덤핑이 필요한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실제 올 3분기까지의 포스코의 실적을 보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4.3% 늘어난 33조4875억원을 낸 반면, 영업이익은 32% 감소한 1조3303억원을 기록했다. 가격 경쟁력 싸움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포스코가 열연강판에 대한 독점적 이미지가 강한 만큼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공기업 취급을 받는 포스코 입장에서는 부정적 여론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데다 정부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자칫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로 이어질 수 있다 보니 뒤로 한 발짝 물러선 채 현대제철을 통해 업계 동향을 살펴보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아울러 열연강판 반덤핑 문제가 불거질 경우 수익성 문제와 직결되는 제강사들의 반대가 심화할 수 있어 포스코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미 앞서 포스코는 연초에 열연강판 반덤핑을 시도하다 반대를 이기지 못하고 주장을 철회한 것으로 전해진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가 연초에 열연강판 반덤핑을 하려 했지만, 중소 및 중견 철강사 등의 반발 탓에 물밑으로 사그라든 적이 있다"며 "포스코가 나서면 독점 기업 이미지가 있는 탓에 결국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현대제철이 나섰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열연강판 반덤핑이 통과되면 포스코가 가장 많은 이득을 볼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국내에서 지위를 고려하면 반대 여론을 생각해야 하는 만큼 다시 이야기를 먼저 꺼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열연강판 반덤핑에 대해 진행하고 있는 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