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올해 4월 회사채 시장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기업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특히 이달 10일 예정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총선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정리 등으로 채권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AA-), SK어드밴스드(A-), 효성화학(BBB+)는 오는 8일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다. 총발행 예정 규모는 약 3500억원이다.
회사채 시장의 빅이슈어 롯데쇼핑은 지난 1월 대규모 공모채 발행 이후 추가 자금조달에 나선다. 2500억원 모집으로 최대 5000억원까지 증액 가능성도 열어뒀다. 3개월 전 회사채 발행 당시 유통업황 불황에도 우량한 신용등급과 연초효과 덕을 톡톡히 보며 목표액의 4배가 넘는 조 단위 자금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올해 내 만기도래 회사채 규모가 6200억원에 달하는 만큼 기세를 모아 추가 발행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SK어드밴스드도 지난 2022년 이후 2년만에 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설 예정이다. SK어드밴스드는 지난해 말 신용등급이 A0에서 A-로 강등, 투자자들의 투심 위축을 우려해 기업어음(CP)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다만 지난해 적자 규모를 소폭 줄이면서 다시금 회사채 시장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SK어드밴스드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825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개선됐다.
지난달 29일 한국신용평가로부터 신용등급이 기존 A-에서 BBB+ 하향조정된 효성화학도 같은 날 회사채 발행을 추진한다. 그간 업황이 악화된 탓에 2022년 4분기부터 9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5000%에 육박했다.
효성화학은 올해 회사채 발행 대신 신종자본증권과 프라이머리채권담보부증권(P-CBO) 등으로 자금 조달 방식을 선회했다. 다만 오는 5월과 7월 각각 500억원 규모 기업어음, 700억원 규모 공모채 만기도래 일정이 돌아오는 만큼 추가 자금 조달을 위해 회사채 시장에 나선 모습이다.
이 외에도 총선 전까지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서는 기업은 15곳이다. 지난 1~2일 이틀간 SK하이닉스(AA)를 비롯해 롯데글로벌로지스(A) 등 총 10개 기업이 회사채 발행 시장에 나서 수요예측을 마쳤다. 오는 4일 롯데하이마트(A+)와 폭스바겐파이낸셜이 각각 800억원과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이 예정돼 있다.
통상 결산실적 공시가 이뤄지는 3월 이후에는 회사채 발행이 활발하지 않지만 올해는 다른 해에 비해 4월 발행 물량이 몰렸다. 이는 연초 회사채 발행을 놓친 기업들이 총선 전 조달을 끝내기 위해 서둘러 작업에 나서고 있어서다.
이는 총선 이후 채권시장 내 불안 요소가 크기 때문에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 있는 기업들이 발행을 서두른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4월 총선 이후 채권시장 내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란 불안감에 차환 물량이 있는 발행사들은 최대한 총선 전에 자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며 "총선 이전에 회사채 발행 일정을 잡지 못한 기업들의 경우 금리인하 시점으로 거론되는 6월 이후를 회사채 발행 시점으로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4월 만기도래 회사채 규모가 큰 것도 무관치 않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만기도래 회사채 물량은 12조3543억원에 달한다. 이는 올해 월별 만기도래 규모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4월에 만기 일정이 있는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1~2월에 발행을 대부분 마쳤지만 시기를 놓긴 기업들은 서둘러 4월 초 발행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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