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동원 기자] 2차전지 비전검사 솔루션 전문기업 피아이이(PIE)의 증시 입성 도전이 난항을 겪고 있다. 하나금융25호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과의 합병 상장을 위한 절차가 수차례 연기되고 있어서다. 여기에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마저 지속되면서 시장 기대감은 갈수록 낮아지는 모양새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피아이이는 스팩 합병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 제출 일자를 이달 초에서 오는 15일로 변경했다. 증권신고서에 2023년 온기 실적을 반영하기 위한 작업으로 일정을 다소 늦췄다. 기업공개(IPO)를 진행하는 일반 기업들도 증권신고서 제출 직전 달의 가결산 실적을 넣는 만큼, 큰 문제는 아니라는 게 피아이이 측 설명이다.
스팩 합병 일정도 2주씩 순연됐다. 피아이이는 3월 28일부터 4월 11일까지 합병반대 의사통지를 접수하고 다음날 합병 관련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신주 상장예정일은 6월 10일이다. 피아이이는 지난해 1월에도 합병비율을 변경하기 위해 증권신고서 제출 일정을 미룬 바 있다.
피아아이의 합병절차가 진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스팩 주주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우량 기업과의 합병으로 투자차익을 거둬야 하지만, 지난해 5월 상장예심을 청구한 지 1년이 넘도록 상장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스팩 주가마저 공모가(1만원)를 밑도는 9500~9600원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여기에 합병 추진 초기 단계부터 불거진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도 불만을 키운다. 피아이이는 합병 결정 당시 예상 시가총액을 4888억원(스팩 내 전환사채 포함)으로 제시했다. 주력 사업 성장세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2024년 267억원을 시작으로 2027년에는 677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피아이이의 2023년 반기 매출(104억원)과 영업이익(6억6000만원)은 연간 실적 예상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투자자들은 피아이이가 미래 실적을 지나치게 낙관, 몸값을 부풀렸다고 지적했다. 이에 피아이이는 영업이익 추정치를 50억~60억원가량 낮추고 합병비율도 조정, 목표 시가총액을 4107억원으로 줄였으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비관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장 일각에서는 전방산업 확대와 함께 사업 잠재력이 발휘될 수도 있다는 기대도 있다. 피아이이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테슬라 등 국내외 2차전지 메이저 제조사에 머신비전 검사·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머신비전은 카메라와 이미지·영상 처리 알고리즘으로 2차전지 배터리의 결함을 찾아낸다.
또 기존 검사장비 등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향후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상 현상·불량을 예측하는 스마트팩토리 솔루션도 제공하고 있다. 해당 솔루션을 앞세워 LG에너지솔루션이 글로벌 생산라인을 연결하는 스마트팩토리 구축 프로젝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게다가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피아이이의 주요 고객사들은 글로벌 사업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2024년에도 신규 시설투자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배터리 검사장비를 제조하고 있는 피아이이로서는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피아이이의 최근 3개년 사업 이력과 2023년 반기 실적을 놓고 봤을 때는 미래 추정 실적이 다소 과하게 제시됐다는 의견이 나오기에 충분한 상황"이라며 "증권신고서 제출과 함께 2023년 온기 실적이 예상치를 얼마나 달성했는지에 따라 분위기가 반전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