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성민 기자] 과실주를 앞세워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보해양조의 전략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일단 시장에선 쉽잖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남아에서 국내 '과일소주'의 인기가 확대되고 있는 점은 사실이지만 그 시장이 크지 않은 데다, 보해양조 제품이 상대적으로 고가에 형성되어 있단 이유에서다. 반면 보해양조 측은 지속적으로 수출량이 늘고 있는 만큼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단 입장이다.

동남아에서 관심을 끌었던 과실주 인기가 시들어지는 모양새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올 1~9월 과일소주가 포함된 '기타 리큐어(혼합주)'의 동남아향 수출액이 1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글로벌 전체 수출액이 0.5%(867억원→865억원)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동남아에서 더 인기가 떨어진 셈이다.

이에 보해양조 역시 적잖은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배복분자주, 매취순 등 과실주만 봐도 올 상반기 수출량은 21.4%(16억원→13억원) 줄었고 이외 소주가 8.9%(4억원→3억원), 막거리 등 기타 주류도 37.6%(23억원→14억원)도 축소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보해양조 관계자는 "보해복분자주의 동남아향 수출이 2년 만에 58.6% 증가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며 "지난해 동남아를 포함한 수출이 급증했고, 이에 물량이 현지 도매상에 충분히 공급된 까닭에 올해 수출량이 감소한 것으로 보이는 기저효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해복분자주는 과거에도 해외시장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있었지만 이상 기후로 인한 원료 수급 문제로 수출에 대응을 하지 못했고 여기에 코로나 상황이 겹쳐 수출량이 감소했다"며 "하지만 복분자 수급 문제가 완화되고 위드코로나로 전환되며 다시 수출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하지만 회사 측의 이러한 설명에도 시장은 보해양조가 계획대로 동남아향 매출을 늘릴 수 있을지 물음표를 달고 있다. 지난해 엔데믹 효과로 동남아향 수출이 늘긴 했지만 아직 시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나아가 국내 경쟁사 대비 고가다 보니 현지에선 고급 주류로 인식돼 수요층도 한정돼 있단 이유에서다. 

시장 한 관계자는 "동남아에서 한류 열풍이 불며 국내 식음료, 소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아직 해당 시장이 크지 않고 롯데칠성·하이트진로·신세계L&B의 저가 리큐어(과일 소주) 제품이 인기가 있는 것이지 보해복분자주 같은 고가의 주류는 아직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드라마틱한 인기를 형성한 주류는 현지에서 카피 제품이 늘어나는데 보해복분자주는 없다"며 "지난해 보해복분자의 수출이 늘었다고 해서 올해도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보해양조 관계자는 "보해복분자주가 K콘텐츠에서 과일소주보다 더 많이 노출되고 있다"며 "과일소주의 비중을 줄이고, 복분자주 등 주요 품목에 투자를 집중해 차별화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매취순의 경우에도 국내 주류 업체 중 가장 많은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해외시장 개척 시 차별화가 가능한 만큼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