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성민 기자] 정육각이 야심차게 인수한 초록마을이 인수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적자 늪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시장에선 초록마을이 온라인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었던 데다, 당초 기대한 시너지도 발현되지 않은 결과로 보고 있다. 반면 초록마을은 정육각의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올해 온라인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으며, 새벽배송·당일배송 서비스 도입으로 소비자 저변도 확대되고 있는 만큼 문제가 없단 입장이다.

정육각은 2022년 5월 대상㈜으로부터 초록마을 지분 99.57%를 876억원에 인수했다. 축산물에 치중된 사업 분야를 농식품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초록마을이 보유한 전국 380개 매장을 거점으로 활용하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플랫폼 강자로 거듭나기 위함이었다. 이에 정육각은 자사의 IT 기술을 초록마을에 접목하면 막대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인수 당시 순자산가치가 311억원에 불과했던 초록마을을 564억원(영업권)의 웃돈을 얹어 품에 안았다.

문제는 초록마을의 지난해 실적이 더 악화됐단 점이다. 매출액만 봐도 1909억원으로 전년 대비 4.6% 감소했으며, 영업손실은 82억원으로 99.6% 증가했다. 이 회사의 앞단 4년(2018~2021년)간 평균 매출액이 1870억원, 영업손실이 42억원 수준이였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인수 후에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시장에선 초록마을이 온라인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던 점이 이 같이 실적 악화를 심화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정육각이 초록마을 인수 후 자사의 기술을 활용한 시스템 및 배송서비스를 론칭했지만 그간 쿠팡과 컬리 등 이커머스 대기업이 등장한 만큼 한 발 늦었단 의견도 일각서 나오고 있다.

시장 한 관계자는 "초록마을이 오프라인 매장만으로 소비자를 커버하기엔 무리가 있었다"며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변모하는 것에 대응하지 못해 실적 악화를 불러 일으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도 새벽 배송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쿠팡, 컬리 등에 비해 규모가 적기 때문에 적자를 이어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초록마을이 변모하는 유통시장에서 과도기에 봉착한 만큼, 이커머스 기업인 정육각과 시너지가 발휘 되지 않으면 회사 살림은 더 어려워지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초록마을 역시 정육각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심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초록마을은 작년 11월부터 정육각과 통합(PMI) 시너지가 본격화 되면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며 "물류비 절감 및 온라인 고객경험 강화 프로젝트 등 수익성 강화를 위한 체질 개선에 집중한 결과 유의미한 성과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추가 투자 없이 기존의 물류설비 만으로 업계 표준 수준의 새벽배송을 구현했으며, 나아가 전국 매장을 기반으로 한 당일배송을 선보이는 등 더욱 빠른 배송 서비스를 만들었다"며 "온라인 구매 경험을 강화하기 위해 초록마을 앱을 전면 재개발하고, 마이크로소프트와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며 애저 클라우드 서비스 기반으로 경영환경을 빠르게 전환한 점도 수익성 개선에 한 몫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