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제주항공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중 가장 높은 매출원가율을 기록한 가운데 시장에선 제대로 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한 결과란 반응 일색이다. 업계 최다 항공기를 보유 중이지만, 운용리스로 들여온 터라 효과적인 비용 통제가 쉽지 않단 이유에서다.

제주항공은 올 상반기 말 개별기준 78.1%의 매출원가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상장 LCC인 티웨이항공과 진에어, 에어부산은 각각 76.5%, 75.7%, 73.9%의 원가율을 보였다. 해당 항목이 높을수록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풀이되는데, 항공사 원가구조에선 리스료와 연료비, 정비비 등 고정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시장에선 제주항공이 운용리스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데다 LCC 중 가장 많은 기단 규모를 구축하고 있어 고정비 축소가 쉽지 않단 시각을 견지 중이다. 통상 항공사는 운용리스나 금융리스로 신기재를 도입한다. 운용리스는 리스료를 지불하고 계약이 종료되면 항공기를 반납하는 형식인 반면, 금융리스는 일부 원금을 지불한 뒤 나머지 금액을 할부로 나눠내는 것으로 소유권을 가져온다는 차이가 있다. 특히 금융리스로 매달 내는 할부금은 운용리스 비용보다 저렴하다.

현재 39대의 항공기를 운용 중인 제주항공은 올 들어 총 859억원의 리스료를 지불했다. 29대를 보유한 티웨이항공은 671억원을 냈으며 진에어(27대)와 에어부산(21대)는 각각 603억원, 536억원씩 비용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1대당 리스료는 상장 LCC 4개사 가운데 제주항공이 가장 싸게 책정돼 있다. 하지만 업체 간 요금 격차가 1000만~5000만원에 불과한 만큼 원가 방어 효과는 제한적이란 게 시장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제주항공은 고정비와 직결되는 운항편수 실적도 LCC 최대였다. 상반기 운항편수 기준 제주항공은 3만4886편을 기록했는데 이 기간 ▲티웨이항공 2만6829편 ▲진에어 2만6036편 ▲에어부산 2만695편으로 집계됐다. 이에 제주항공의 항공기 연료비는 23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배 증가했으며, 공항 관련 비용은 4.3배 늘어난 1125억원이었다.

이렇다 보니 시장은 제주항공의 구매기 도입이 본격화되는 시점부터 비용 관리가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전망 중이다. 회사는 올 하반기 차세대 기종인 B737-8 2대를 시작으로 오는 2027년까지 매년 최소 4대 이상씩, 총 40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금융리스가 적용되는 해당 항공기는 초기 비용 부담이 적잖지만, 임차료와 정비비 등 고정비를 연간 12% 가량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 각종 비용이 증가하면서 원가율이 늘었지만, 하반기부터 도입되는 구매기로 원가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대한항공의 원가 방어가 수월했던 요인으론 구매기 비중이 높단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항공의 상반기 개별기준 영업이익률은 11.9%로 LCC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판매관리비율(판관비율)이 LCC 유일하게 두 자릿수(10%)를 기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회사는 판관비가 늘어난 주된 요인으로 ▲경쟁사 대비 IT 투자를 강화하면서 무형자산상각비가 증가했고 ▲국제선 회복에 맞춰 광고선전비가 크게 늘어났단 점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