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진철 부국장] 추억의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가 올해로 탄생 40주년을 맞아 극장개봉작을 선보였다. 매일 저녁 TV 앞에서 둘리를 보던 어린이들이 중년이 된 지금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노래가 있다. 둘리와 마이콜이 함께 불렀던 '라면과 구공탄'이라는 노랫말은 지금 들어도 기분좋은 흥얼거림을 만든다. "꼬불꼬불 꼬불꼬불 맛좋은 라면, 구공탄에 끓여야 제맛이 나네, 후루룩 짭짭 후루룩 짭짭 맛좋은 라면"이라는 가사는 '라면맛'과 같은 중독성이 있다.

우연의 일치일까, 둘리의 '라면과 구공탄'의 노래가 다시 회자되는 것에 맞춰 라면이 주요 경제뉴스 상위에 올랐다.   

통계청은 지난달 라면의 소비자물가지수가 124.04(2020년=100)로 지난해 5월보다 13.1% 올랐다고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9년 2월 14.3% 이후 14년3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라면값이 치솟은 이유는 주요 라면 업체들이 국제 곡물값 상승을 이유로 출고가를 줄줄이 인상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국제곡물 시세가 불안정해지면서 라면의 주원재료인 밀가루와 라면을 튀길 때 사용되는 팜유 가격이 급등했고, 운송비와 포장비 등 제반 비용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했다는 게 라면업체의 설명이다.

현재 편의점에서 낱개로 판매하는 라면 1개당 평균 가격은 1000원을 훌쩍 넘긴 상태다. 서울시내 분식집에서 라면 한그릇을 먹으면 5000원은 내야 한다.

라면값이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싸고 간편하게 한끼를 해결하는 대용식으로 라면을 대체할 만한 식품은 없다. 오히려 자장라면, 비빔면 등 라면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대용식에서 골라먹는 기호식으로 국민 대표 먹거리 지위가 높아졌다.

그래서인지 라면이 국내에 처음 등장한 1963년 이후 한국인의 라면 사랑은 60년째 식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한국인의 연간 라면 소비량은 전년보다 4개 늘어난 77개라고 한다. 국민 1인당 평균 4.8일마다 라면을 먹었다는 얘기다. 

경기불황기에는 전반적인 소비여력 감소하지만 라면은 오히려 더 많이 팔리는 현상도 여전하다. 라면값은 국제 원재료 시세와 환율 등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경기가 나쁠 때 더 많이 오르는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진다. 라면업체들은 국제곡물값 등 원가상승 요인이 있으면 곧바고 연계해 라면값을 올리는데 한번 올린 가격은 국제곡물값이 안정돼도 내리지 않는다. 가격 인상 영향으로 농심·오뚜기·삼양 등 주요 라면업체들의 올해 1분기 매출은 두자릿수 성장하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결국 소비자들은 오른 라면값을 체감하며 대형마트에서 5개들이 한묶음에 라면 1개를 더 붙여주거나 5개들이 두묶음을 사면 할인해주는 '원 플러스 원'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일반 가정집 주방 한켠에는 5개들이 묶음라면이 종류별로 떨어질 틈 없이 채워진다. 주말이면 한묶음씩 사다놓은 국물라면, 자장라면, 비빔면 중에서 선택한 라면을 구공탄 대신 가스불로 끓여 "후루룩 짭짭 후루룩 짭짭 맛좋은 라면"의 둘리송을 읊조리며 한끼를 해결한다. 서민경제는 불황이고 라면값이 올랐는데도 오히려 라면은 더 많이 팔리고 라면업체 매출이 오르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