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진철 부국장] 금값이 연일 치솟아 사상 최고가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2020년 8월6일 2063달러)에 근접했다. KRX 금시장에서도 1kg짜리 금 현물은 1g당 8만5640원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 가격을 기록했다. 금은방에서 금반지 한돈(3.75g) 가격은 40만원에 육박한다. 최근 금값이 오르는 것은 안전자산인 금을 사려는 수요가 급증해서다. 최근 경제 불안감이 빚어낸 현상이다.

특히 국내에서 판매되는 금값은 국제 금 시세에 원화라는 환율 변수가 더해진다. 이 때문에 실제 금 시세 뿐만 아니라 원화 환율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는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월 1220원선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오르기 시작해 최근 1310원선에서 등락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우리경제가 시간이 갈수록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이른바 '상저하고(상반기 부진, 하반기 회복)'를 전망하지만 최근 경제지표는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미국의 통화 긴축이 곧 끝날 것인지,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에 따른 반사이익이 현실화할 지, 하반기 반도체 경기가 회복할 지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아직은 불확실한 상황이다.

경제협력기구(OECD)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당초 전망 2.2%보다 0.4%p(포인트) 높은 2.6%로 상향 조정했다. 세계 경제가 차츰 회복세로 접어든다고 판단했다. 반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종전의 1.8%에서 1.6%로 넉달 만에 더 낮췄다. 국내 경기가 나아질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실제로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보다 국내에서 빠져나간 돈이 더 많아지면서 경상수지 적자는 악화일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경상수지는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 부진에 따른 상품수지 적자가 5개월째 이어졌고, 해외여행 증가 등에 서비스수지 적자도 20억달러를 넘었다. 무엇보다 메모리 반도체의 업황이 악화하면서 수출 일등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6000억원으로 지난 2009년 1분기 이후 14년만에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대 이하를 나타냈다.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면 환율은 급등하고, 외국인 투자금 이탈 등 우리 경제에 심각한 상황을 불러올 수 있다. 여기에 돌발 쇼크라도 터지면 더 큰 충격이 닥칠 수도 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가 자금시장 불안을 야기했 듯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는 뇌관으로 남아있다. 해외 변수로 눈을 돌려도 국제유가 등 에너지가격은 다시 급등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 끝날 지 기약이 없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유럽 크레디스위스(CS) 부실 등 국제 금융시장은 언제 어디서 위험이 닥칠 지 불안한 상황이다.

금은 돈 궁할 때 팔아 쓸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각 가정에서 비상금처럼 여겨진다. IMF 외환위기 직후 우리 국민은 장롱 속 금반지를 내놓으며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했다. 하지만 요즘 금값이 진짜 금값이 되면서 돌잔치때 금반지 선물도 이젠 옛 풍경이 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이 안전한 투자자산으로 꼽히면서 각국 중앙은행도 금 보유에 가세할 정도다.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가격이 고공행진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금이 경제 전망을 반영한 투자자산이 꼽히면서 가격 급등락도 심해져 치솟은 만큼 하락할 때 손실도 볼 수 있다. 최근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금값에 이제라도 금이나 금 관련 상품에 투자할 지, 아니면 장롱 속에 넣어둔 금반지를 값이 많이 올랐을 때 팔아치워야 할 지 고민이 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