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동원 기자] "이래도 되나 싶었다." 

최근에 만난 한 상장사 임원이 기업공개(IPO) 경험담을 이야기하며 내뱉은 말이다. IPO를 위해 제출한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는 금융감독원(금감원)의 주장과 논리가 일관되지 않고 억지스러운 면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공모과정에서 좋은 결과를 받아서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불만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 예비 상장사는 투자자보다 금감원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고 말한다.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정정요구·요청으로 공모 일정이 미뤄지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예비 상장사는 증권신고서 효력(제출일로부터 15영업일 뒤)이 발생해야 기관 수요예측 등 후속 일정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주요 내용 변경 등으로 정정신고서를 제출하면 다시 15영업일을 계산한다.

예비 상장사들의 불만은 금감원이 주요 내용 변경에 대한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주로 적자상태거나 생소한 업종 내 기업들의 증권신고서를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후 주가 급등락에 따른 투자자 피해를 방지하려는 조치지만, 최근에는 우량 기업마저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받으면서 설득력을 잃고 있다.

반도체 기판 검사부품업체 기가비스의 경우 금감원에게 주요 고객사인 대만계 제조업체 ZDT로부터 발생하는 매출을 대만향이 아닌 중국향으로 표시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ZDT 본사가 대만에 있으나 대규모 생산 공장은 중국에 있다는 단순한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기가비스는 IPO 일정을 3주가량 순연한 뒤에야 증시 상장에 성공했다.

IPO에 성공한 기업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엑셀러레이터(AC) 1호 상장에 도전한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금감원으로부터 수차례 증권신고서 '퇴짜'를 맞은 이후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업계 내에서 영업기밀에 버금가는 투자 내역까지 공개했지만, 투자자 보호를 강조한 금감원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금감원 입장이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 연초부터 IPO 투자 열풍이 불면서 공모주 투자에 나서는 개인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IPO 주자들의 고질적인 문제인 공모가 부풀리기 논란과 상장 후 주가가 급등락하는 새내기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금감원으로서는 손 놓고 바라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금감원의 걱정만큼 투자자들이 공모주 투자를 쉽게 판단하는 것도 아니다. 정보 채널 발달과 함께 투자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자신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으면 과감하게 낮은 평가를 내리고 다른 기업을 찾는다. IR 담당자들 역시 증시 입성에 전력을 다하기 위해 분주하다.

금감원은 투자자 보호를 마땅히 고려해야 하지만, 예비 상장사들을 배려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IPO는 기업 생애주기에서 단 한 번뿐인 이벤트다. 기업들은 자금조달 일정에 맞춰 미래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우호적인 몸값을 인정받기 위해 주관사와 공모 적기를 고민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런 노력을 생각하면 누구나 받아들일 만한 증권신고서 정정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