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경진 기자] 바이오 기업에 대한 기업공개(IPO) 투자심리가 회복되고 있다. 최근 에스바이오메딕스는 수요예측에서 85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데 이어, 일반 청약에서는 1조원을 웃도는 증거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그동안 위축돼 왔던 바이오 섹터에 다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형국이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달 지아이이노베이션의 IPO를 기점으로 크게 반전됐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때 유니콘 기업을 내다봤던 지아이이노베이션이 몸값을 대폭 낮춰 IPO를 진행한 데다, 시장의 가격 평가마저 수용하는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2021년 투자 유치 과정에서 이미 7000억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던 곳이, 최종적으로 2800억원 수준의 시가총액에 상장을 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상장 이후 기업가치를 재평가받으며 주가가 치솟는 모습을 연출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바이오 기업들은 으레 몸값 욕심을 부린다는 투자자들의 편견을 깼다. 2018년 회계부정 사태를 시작으로, 기술 거품 논란까지 잇달아 불거지면서 바이오 기업의 기업가치는 그야말로 '허구'라는 의심만 투자자들 사이에서 생성돼 왔었는데, 지아이이노베이션이 이를 무너뜨린 격이다.

그런데 이런 좋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사태가 일어났다. 프로테옴텍이 그 주인공이다. 시장과의 소통보다는 자신의 기업가치만을 고수하고, 이를 시장이 수용하도록 강권하는 행태를 최근 보였다.

일단 프로테옴텍은 미래 실적을 추정해 IPO 몸값을 부풀린 점부터 투자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미 연간 단위로 순이익을 실현하고 있는 곳이 2025년 미래 실적을 추산해 IPO 몸값을 제시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회사 측은 기술특례 상장 기업인 만큼 미래 실적으로 기업가치를 평가 받는 게 합당한 일이란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이런 기업 측 주장에 투자자들은 과거 바이오 기업의 IPO 거품부터 떠올렸다.

게다가 프로테옴텍은 최근 금융감독원의 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는 과정에서 몸값 거품 논란을 스스로 더 키우는 행태를 보였다. 미래 추정 실적을 더 보수적으로 잡고, 비교기업을 변경하는 식으로 기업가치 평가액을 하향 조정했지만 목표로 하는 시가총액만큼은 그대로 유지되도록 하는 '마법'을 부린 것이다.

마법의 도구는 공모가 할인율이다. 프로테옴텍은 당초 38% 수준의 할인율을 적용해 공모가 희망밴드를 7500~9000원으로 제시했었는데, 정정신고서에서는 25%의 할인율만 적용하는 식으로 몸값을 유지했다. '답정너' 식의 몸값을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격이다. 결국 프로테옴텍은 금감원의 2차 제동을 불러일으켰고,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세번째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목표 시가총액을 소폭 낮췄다.

프로테옴텍 행보가 향후 바이오 IPO 투자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예단할 순 없다. 또 5월 중순 개시되는 프로테옴텍의 IPO 자체도 무난히 성사될 여지도 있긴 하다. 일단 기업가치가 하향 조정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부분도 생긴 셈이다.

하지만 프로테옴텍이 다시 바이오 IPO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을 싹트게 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이런 사례가 반복되다 보면 또 다시 바이오 IPO 암흑기가 시작될 수도 있다. 프로테옴텍의 IPO 성사 여부와 별개로, 후속 바이오 기업들의 이 기업의 행보를 유심히 들여다 봐야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