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세니젠은 최근 한국거래소에 증시에 상장된 스팩이 소멸하고 비상장기업이 존속법인으로 남는 '스팩소멸' 합병 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예심)를 청구했다. 합병대상은 KB제23호스팩이다. 합병가액은 8339원, 합병비율은 1대 0.2398369다. 예상 합병 유입금은 120억원이다. 상장 주관사는 KB증권이다.

세니젠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IPO를 준비해왔다. 지난 1월에는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CSI평가정보와 한국평가데이터의 기술성 평가에서 A·A 등급을 획득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IPO에 나선 기업들이 증권신고서 정정작업으로 잇따라 상장일정을 연기하는 등 변수가 많아지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스팩 합병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세니젠도 목표 기업가치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책정하며 증시 상장 의지를 보였다. 세니젠의 스팩 합병가액(8339원)은 지난 2021년 145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 유치 당시 IMM인베스트먼트와 어니스트벤처스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의 투자 단가(8250원)와 비교해 소폭 오른 수치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도 691억원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세니젠의 사업 경쟁력과 실적을 고려했을 때 주주총회 과정에서 스팩 소액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힐 수 있는 점을 우려한다. 세니젠은 지난 2005년 설립된 뒤 유전자분석 기술을 통해 식품 위해 미생물진단 및 제어 솔루션을 개발·판매하고 있다. 식품 미생물 유전체 분석서비스(Geneka), 신속 미생물 검출시스템(Genelix) 등 상용화도 성공했다.

현재 패트리 필름(건조필름배지)과 멸균백 등 저가 상품군에서 매출 90% 이상을 거두고 있다. Geneka와 Genelix 등 고가 제품·용역 매출은 2024년 이후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은 267억원으로 전년대비 5.9% 증가했으나 영업손실은 28억원에서 40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한 상태다.

우량 기업과 합병해 상장 후 주가 차익을 기대하는 스팩 소액주주입장에서는 세니젠과의 합병을 반대할 여지가 충분한 셈이다. 일례로 지난해 11월 IBKS13호스팩이 주주들의 반대로 스튜디오삼익과의 합병이 무산된 바 있다. 같은 해 KB제20호스팩과과 옵티코어 합병 과정에서도 고평가 논란이 불거지며 기업가치를 한 차례 낮춘 바 있다.

KB제23호스팩의 주주구성도 세니젠에게는 불리한 상태다. 스팩 합병을 위해서는 발행 주식 수 3분의 1 이상 승인을 얻고 주주총회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소액주주 지분율이 높을수록 설득해야 할 투자자가 많아진다는 의미다.

앞서 합병이 무산된 IBKS13호스팩의 경우 주주명부 폐쇄일(2022년 8월 25일) 기준 소액주주 지분율이 65%를 넘었다. 지난해 말 기준 KB제23호스팩의 소액주주 지분율은 78.56%다. 주주명부 폐쇄일은 오는 7월 25일이지만, 현재로선 IBKS13호스팩보다 주주설득에 부담이 큰 상황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스팩 합병이 IPO와 비교해 안정적인 증시 상장 통로인 것은 맞지만, 최근 스팩 주주에서 소액주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져 이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며 "세니젠의 경우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보수적인 밸류에이션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