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삼성전기가 모회사 격인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중국향 매출이 줄면서 삼성전기의 삼성전자 의존도가 다시 30%를 넘어선 것. 

지난해 삼성전자가 선보인 갤럭시 S23 시리즈 부품 탑재에 따른 실적 증진 효과는 올해 1분기 반영될 예정이다. 삼성전자에 대한  높은 매출 의존도가 상당 시일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삼성전기는 일부 고객사나 지역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장용 부품, 서버용 반도체 기판 등 고부가 제품군 위주로 제품 다각화를 꾀해 부담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기의 '삼성전자 및 종속기업 매출액'은 3조440억원으로 전년대비 9.95% 늘었다. 전체 매출액 대비 삼성 관계사 매출은 약 32.3%로 3.7% 포인트 증가했다. 다른 주요 거래처에 대한 매출이 줄이면서 삼성 관계사에 대한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늘었다.

삼성전기의 주력 제품은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다. 전체 매출의 40%, 영업이익의 50%가 MLCC를 제조하는 컴포넌트사업부에서 나온다. 삼성전기는 MLCC 탑재 부품을 거의 자급 자족하고 있다. 뛰어난 원가 경쟁력이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준 비결이다. MLCC는 모든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다. 배터리에서 넘어온 전기를 가둬뒀다가 필요할 때 반도체로 흘려보내는 초소형 댐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최신 스마트폰 1대에 약 1000개가량의 MLCC가 들어간다.

삼성 관계사 매출 비중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로는 중국향 MLCC 매출 감소다. 삼성전기는 모회사 삼성전자를 비롯해 중국의 샤오미 등 업체에 스마트폰용 MLCC를 주로 공급한다. 글로벌 하이엔드 MLCC 시장은 일본 무라타, 삼성전기 등 상위 4개 사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일본 무라타가 애플 아이폰 납품에 집중하는 사이 삼성전기는 중국향 매출에 집중했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중국 정부의 봉쇄 정책으로 현지 경기는 얼어붙었다. 지난 2021년 1조원을 넘어섰던 삼성전기의 샤오미에 대한 매출도 지난해 5451억원까지 떨어졌다. 연초 중국 리오프닝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미·중 패권 다툼이 더해지고 있어 기대만큼의 리오프닝 효과가 나올지 미지수다. 또한 미·중 갈등으로 인해 향후 경기 전망도 부정적이어서 단기간에 매출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에는 부품 업계들이 올해 상반기쯤에는 중국 리오프닝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으나 점점 수혜 시기에 대한 전망이 늦춰지고 있다"며 "갤럭시 S23 시리즈 납품 효과가 매출에 반영되지 않았는데도 삼성전자 의존도가 상승한 건 중국으로 나가는 매출이 워낙에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삼성전기는 전장용 MLCC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전장용 MLCC는 스마트폰용 MLCC보다 평균판매단가(ASP)가 2배 이상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전장용 MLCC는 크게 인포테인먼트용과 파워트레인용으로 나뉘는데, 개중에는 파워트레인용 MLCC가 상대적으로 더 수익성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포테인먼트용 MLCC의 경우 모회사인 삼성전자 하만을 통해 매출을 끌어올리는 게 가능하다. 관건은 고부가제품인 파워트레인용 MLCC 매출을 얼마나 늘릴 수 있냐에 달려있다. 파워트레인용 MLCC는 내연기관 엔진이나 전기차 모터 등 자동차의 핵심 구동장치에 탑재되기 때문에 150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견딜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