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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 미끄러진 김에 쉬어갈 때
이효정 기자
2023.03.31 07:56:56
단기 손실 감수하더라도 유저친화로 개선해야
이 기사는 2023년 03월 30일 08시 2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3년 서비스를 시작해 올해 출시 20주년을 맞은 메이플스토리 대표 이미지.(출처=넥슨)

[딜사이트 이효정 기자] 지난 2월 불거진 넥슨의 메이플스토리(이하 메이플) 논란이 여전히 거세다. 


넥슨이 운용해오던 메이플 비즈니스모델(BM)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일면서 시작된 이번 논란은 메이플을 이원화해 운영하던 '리부트 서버'와 '본 서버'간의 갈등으로 이어졌다. 설상가상으로 메이플 클라이언트 취약성이 밝혀지며 클라이언트 변조 및 핵(불법 프로그램)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메이플 운영진은 비전토크와 라이브방송, 공지사항을 통해 문제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필자는 관련 내용을 또 다른 메이플 사태 기획시리즈를 통해 자세히 다뤘다.


일련의 상황 전개를 들여다보면 2년 전 발생했던 '환불 사태'가 떠오른다. 지난 2021년 메이플이 판매하던 확률형 강화 아이템인 '환생의 불꽃', '큐브' 확률을 조작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게임은 물론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다. 당시 넥슨은 논란이 된 강화 아이템의 로직을 변경하고 확률을 전부 공개했다. 뿐만 아니라 소통을 강화하고 이용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분골쇄신의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2년 간 넥슨은 나름의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2021년과 2022년에 유저 간담회를 한 번씩 열었고, 총괄 디렉터가 라이브 방송을 켜고 이용자들과 소통했다.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관련 인력도 충원했다. 이용자들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단기로 구현 가능한 부분부터 개선해나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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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상처가 조금씩 아물고 있는 넥슨에게 이번 논란은 치명적이다. 넥슨이 2년 간 해왔던 개선노력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된 셈이다. 


환불 사태와 다르게 이번 논란을 잠재울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넥슨에게 좌절스러운 포인트다. 새롭게 발생한 오류를 수정하는 차원이 아니라, 기존에 있어왔던 BM시스템 및 운영에 대한 '누적된 이용자 불만'이 이번 논란을 촉발시킨 원인이기 때문이다. 


사태진압을 위한 골든타임은 넉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용자들 사이에서 환불 사태 때보다 격렬한 거부반응이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용자들이 본 서버를 떠나거나 메이플을 더 이상 플레이하지 않고 있다. 메이플 콘텐츠를 다루는 전문 BJ들 마저도 본 서버에 등을 돌린 상태다. 아이템 가격이 급락하고 메소(메이플의 기축 화폐) 시세도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등 게임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그럼에도 넥슨은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를 보여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실마리는 결국 이용자와의 진솔한 소통에서 찾아야 한다. 단순히 이용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 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당장의 매출 감소 및 지출 증가를 감수하고서라도 콘텐츠, BM, 편의성 등 이용자가 원하는 방향으로의 점진적 개편이 필요한 시기다. 


2년 전 환불 사태 이후 넥슨은 국내 게임사들 중에서 선제적으로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전부 공개했다. 또 실시간 확률 검증 시스템을 구축해 누구나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유저 간담회에서 나온 제안들을 홈페이지에 체크리스트 형태로 정리해 개선방향을 공유해왔다. 이러한 넥슨의 행보는 당시 분노했던 이용자들의 마음을 상당 부분 되돌릴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그 때의 추진력을 다시 한 번 보여줘야 한다. 


미끄러진 김에 쉬어간다는 말이 있듯, 현재진행형인 이번 논란을 넥슨 메이플이 적절한 대응으로 이겨내고 더욱 성장한 '국민게임'으로 자리매김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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