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SK브로드밴드(AA)가 공모 회사채(공모채) 발행에 나선다. 기준금리 인하 흐름 속에서 10년물을 포함한 만기 구조를 짜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연초 공모채 발행 물량이 대거 몰렸던 점을 고려할 때, 금리 인하 시점에 기관들의 장기물 투자 여력 감소를 염두에 둔 선제적 조달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는 이달 21일 14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다. 트랜치(tranche)는 3년물(500억원), 5년물(600억원), 10년물(300억원)로 구성했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2000억원으로 증액한다는 계획이다. 희망금리밴드는 개별민평금리에 ±30bp(1bp=0.01% 포인트) 가산해 제시했다. 발행일은 오는 29일이다.
눈길을 끄는 건 만기 구조 중 10년물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SK브로드밴드가 10년물 공모채를 발행한 건 지난 2022년 1월 이후 3년 만이다. 올해 금리 인하시점에 진입하면서 2~3년물 중심의 발행이 늘고 있는 가운데, 10년물을 다시 꺼내든 건 주목할 만한 대목이라는 분석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당장은 금리 인하 기조라고 해도 시장 상황은 언제나 유동적인 것"이라며 "지금이 안정적인 자금 확보를 위해 적정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만기 도래하는 단기 차입금 상환에 활용된다. SK브로드밴드는 내달 15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 만기를 앞두고 있다. 해당 CP는 총 두 건으로 각각 2.9%, 3.8%의 이자율이 적용돼 있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에 발행 물량이 대거 쏟아졌다"며 "향후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단행된 이후로 장기물 발행 시점을 늦추면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여력이 달릴 수 있다는 변수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0년물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는 높은 상황이다. 공급이 드문데 반해 장기물 운용을 선호하는 보험사나 연기금 등의 관심은 높기 때문이다.
매년 장기물을 발행하는 S-OIL을 제외하고는 올해 들어 SK 그룹 계열사들만 10년물 발행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SK엔무브(AA0), SK텔레콤(AAA) 등이다.
SK엔무브(AA0)는 10년물 300억원 모집에 3600억원의 주문을, SK텔레콤(AAA)은 400억원 모집에 3200억원의 수요를 확보했다. S-OIL(AA0/AA+) 역시 600억원 모집에 2000억원의 주문이 몰렸다. 이들 모두 모집액을 훌쩍 웃도는 수요를 확보했으며, 발행 금리는 3% 초·중반 수준에서 결정됐다.
SK그룹 계열사들의 장기물 발행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AA)도 이달 중 10년물 발행을 추진 중이다. SK이노베이션 역시 10년물을 공모채로 발행하는 것은 지난 2023년 4월 이후 2년 만이다.
최 연구원은 "10년물은 시장에서 희소성이 큰 만기물"이라며, "특히 장기물이 필요한 보험사 등에서 수요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10년물 발행에 나서는 기업들이 모두 상위 신용 등급을 보유하고 있다보니, 투자자들은 펀더멘탈에 대한 우려 없이 투자에 나서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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