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국내 기업들의 올해 하반기 회사채 만기 규모가 21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만기도래 회사채의 리파이낸싱(차환)이 원활하게 이뤄질지 주목된다. 리파이낸싱을 위한 회사채 발행이 특정 시기에 집중될 수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회사채 수급에 부담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내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올해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하반기에도 기관투자가를 비롯해 개인투자자까지 유입되며 회사채 시장 유동성을 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서다. 아울러 한국전력이 발행하는 공사채인 한전채의 발행량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SK그룹, 하반기 만기도래 물량 최대 그룹 등극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21조2743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총 46조5000억원의 만기 일정이 있었는데, 상반기 중 25조2257억원이 상환 및 차환되고 남은 물량이다.
눈길을 끄는 건 하반기 대규모 만기도래 물량을 안고 있는 SK그룹이다. SK그룹의 올해 하반기 만기도래 회사채 규모는 2조3264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SK그룹이 회사채 시장 최대 이슈어로 꼽히고 있는 만큼 만기 도래 회사채 규모 또한 압도적으로 큰 모습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만 5조67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며 국내 그룹사 가운데 빅 이슈어 그룹 위상을 이어갔다.
구체적으로 ▲㈜SK(6950억원) ▲SK텔레콤(5100억원) ▲SK에코플랜트(3040억원) ▲SK에너지(2600억원) ▲SK해운(1524억원) ▲SK매직(1450억원) ▲SK가스(1200억원) ▲SK인천석유화학(800억원) ▲SK이노베이션(600억원) 등이 올 하반기 최소 600억원에서 최대 6950억원의 회사채 만기 일정이 있다.
이어 하반기 조 단위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그룹은 롯데그룹이다. 1조7000억원 가량의 만기가 돌아온다. 롯데그룹 계열사 중 롯데쇼핑이 3500억원으로 하반기 만기 규모가 가장 컸고, 이어 ▲롯데지주 2200억원 ▲롯데케미칼 1350억원 ▲롯데렌탈 1100억원 등으로 회사채 만기 일정이 도래한다.
10위에 이름을 올린 현대자동차의 경우 만기도래 회사채 일정이 대부분 상반기에 집중돼 있었던 만큼 하반기에는 만기 물량이 많지 않은 모습이다. 현대카드가 올해 1월 발행한 4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의 만기가 이달 19일에 예정된 것이 하반기 내 유일한 만기 일정이다.

◆회사채 만기도래 물량 많지만 수급 부담 크지 않을 듯
시장에서는 기업들이 만기도래 회사채 대응을 위해, 하반기 대규모 리파이낸싱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회사채 발행량 증가도 예상되지만 수급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의 경우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에 기관투자자를 비롯해 개인투자자들의 유동성이 회사채 시장에 몰렸는데, 이 같은 흐름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특히 올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라 '채권 투자 막차 타기' 수요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분석 중이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반기 기준 21조원이라는 회사채 만기 규모는 적지 않지만, 충분히 시장에서 수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금리 인하 기대감에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의 유동성이 회사채 시장에 대거 유입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상반기의 경우 대기업 그룹의 회사채 발행액이 38조4347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는 등 회사채 발행량이 컸지만 수급은 원활하게 이뤄졌다. 이는 기관투자자뿐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이 하반기 금리인하 기대감에 회사채 시장의 새로운 큰손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가 상반기 내 4조8537억원 가량의 회사채를 순매수했다. 이같은 흐름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내다봤다.
아울러 한전이 대규모 공사채 발행을 재개하는 데 따른 회사채 시장 유동성을 빼앗길 가능성이 낮아진 점도 하반기 수급에 무리 없을 것이란 관측에 힘을 싣는다.
최 연구원은 "올해 6월을 기준으로 한전이 대규모 공사채 발행을 재개하면서 회사채 유동성을 빨아들일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영업흑자 기조로 돌아선 데다,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 수행 등에 따라 발행량을 급격하게 늘일 유인이 낮아진 만큼 하반기 회사채 시장의 유동성은 풍족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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