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CJ CGV가 단기자금 조달에 속도를 내고 있다. 3개월여만에 기업어음(CP)만 1100억원 넘게 발행한 것이다. 실적 부진과 공모채 미발행 기조 탓에 만기 도래 채무 상환에 단기자금을 활용하는 모습이다.
11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CJ CGV는 지난 9일 200억원 규모의 CP를 발행했다. 만기는 364일로, 할인기관은 KB증권이 맡았다.
주목할 부분은 올해 들어 발행한 CP만 1150억원에 달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CP 발행액(1460억원)의 80%가량을 100일도 안돼 발행한 셈이다. 연초부터 단기자금 조달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CJ CGV가 단기자금 조달에 나선 배경으로 대표적인 장기자금 조달 수단인 공모 회사채(공모채) 시장과 거리를 두고 있어서다. CJ CGV는 지난해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자본을 확충했지만, 일반 공모채 발행은 2023년 이후 자취를 감췄다. 특히 2020년 공모채 발행 당시 2000억원 모집에 단 10억원의 주문만 받으며 대규모 미매각 사태를 겪으면서 공모채 시장에 대한 경계심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조심스러운 태도는 실적 부진에서도 비롯된다. 지난해 CJ CGV의 국내 사업부문은 7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OTT와의 경쟁 심화, 관객 수 회복 지연 등이 영향을 미쳤다. 누적된 적자로 지난해 말 기준 결손금은 1조4184억원에 이르는 상황이다.
재무 부담 회복을 위해 내부적인 구조조정도 병행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근속 7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고정비 절감을 위한 경영 효율화에 착수한 것이다.
상환해야 할 채무 규모도 만만치 않다. 올해 6월과 8월 만기 도래 예정인 CP 각각 350억원, 1500억원에 더해, 12월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예정돼 있다. 연말까지 상환해야 할 채무는 3350억원 수준이다.
반면 지난해 말 기준 개별 재무제표상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87억원 수준이다. 가용 재원이 빠듯한 만큼, 단기자금 조달 의존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CP 발행이 늘고 있다는 건 자금 수요가 크다는 의미이자, 동시에 장기자금 조달에 대한 부담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신호"라며 "CJ CGV의 공모채 복귀 여부는 결국 실적 개선 속도와 대외 환경 변화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배경 속에서 올해 발행된 7건의 CP 가운데 4건이 만기 364일물로 구성된 점도 주목된다. 법적으로는 단기물에 속하지만, 사실상 장기 자금처럼 운용할 수 있어 유동성과 규제 회피 사이의 균형을 노린 선택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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