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반도체 공정용 특수가스 기업 티이엠씨가 반도체 수요 부진으로 낸드플래시 업황의 회복이 더디고, 제조업체들도 원가 절감을 이유로 특수가스를 줄이면서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경쟁사와 특허권 침해 분쟁 소송도 진행 중이고, 특수가스 개발 등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포스코와의 협력 관계도 축소되면서 침체 장기화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티이엠씨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102억3469만원, 영업이익 197억145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2007억8297만원 대비 54.5% 올랐지만 영업이익은 211억1964만원 대비 6.72% 줄었다. 연결 기준 매출이 늘어난 이유는 손자회사인 EV 배터리 회사 YHT가 호실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별도기준으로 봤을 때 매출은 1072억1966만원으로 전년 대비 34.3%, 영업이익은 163억1361만원으로 24.5% 감소했다.
티이엠씨가 본업에서 부진했던 이유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폭등했던 네온가스(Ne) 값이 급락하면서 정상화됐기 때문이다. 희귀가스는 노후 제철소에서 얻을 수 있는데 국제적 갈등으로 공급이 불안정해지면 가격이 올라갔다. 러우전쟁 당시 네온가스 가격은 55배 폭등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네온가스 값도 떨어지고 반도체 생산량도 늘지 않고 있다. 제조사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제논가스(Xe) 사용량을 축소하고 있는 만큼 반도체 공정용 특수가스 업황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광진 한화증권 연구원은 "낸드 가격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감산 기반 공급 주도 반등인 만큼 수요 기반이 아니기에 업황 정상화를 논하기는 어렵다"며 "원가 절감 차원에서 희귀가스 사용량을 줄이고 있는 만큼 내후년 즈음에 실적이 개선된다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경쟁사와 디보란 개발, 양산 기술 유출 여부를 두고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리스크 중 하나다. 티이엠씨는 지난해 11월 공시를 통해 한국메티슨특수가스가 청주지방법원을 통해 영업비밀 침해금지의 소를 제기했다. 한국메티슨특수가스는 티이엠씨에 151억7866만원을 청구했다. 제품과 반제품을 제조하고 보유하는 설비를 폐기하라고도 했다.
양사는 2023년에도 디보란을 둘러싼 송사에 휘말린 바 있다. 검찰은 2023년 말 티이엠씨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한국메티슨특수가스에 근무하던 직원이 티이엠씨로 이직하며 관련 기술을 유출한 것으로 봤다. 다만 당시 티이엠씨는 2023년 3분기 분기보고서를 통해 검찰에서 기소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낮다고 예상했다.
티이엠씨는 "법원에서 죄가 인정되는 경우를 상정할 경우에도 유사 사건의 판례를 참고했을 때 통상 1000만원 미만의 벌금형이 예상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도 "티이엠씨 측은 디보란 제조 공법에 차이가 있는 만큼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포스코와의 협력 관계도 옅어지고 있다. 포스코와 티이엠씨는 2019년 공동으로 크루드 네온(Crude Neon) 추출 장치를 개발하며 인연을 맺었다. 이후 함께 개발한 네온 제품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공급하면서 돈독한 관계를 다졌다. 이를 바탕으로 포스코기술투자는 티이엠씨에 총 117억원을 투자했으며 2023년 상장 이후 9.5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부터 2월까지 92만2169주를 매도하며 지분이 4.95%로 감소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11월부터 계열사인 포스코중타이에어솔루션을 통해 전남 광양 동호안 부지에 네온 정제 등 고순도 희귀가스 공장을 짓고 있다. 올해 4분기 가동을 목표로 준공하고 있으며 연간 13만N㎥ 규모의 희귀가스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크루드 가스(제철공정에서 부산물로 생성되는 혼합가스)를 생산한다. 티이엠씨 등 특수가스 회사들은 이를 공급받아 고순도 희귀가스를 생산해왔다.
포스코의 고순도 희귀가스 사업 진출이 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통상적으로 특수가스 신규 업체의 퀄테스트에는 최소 1년이 걸리는 만큼 당장 시장에 진입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선 관계자는 "티이엠씨와 포스코와의 협력 관계는 이미 축소됐다. 최근 티이엠씨 지분도 매도했기 때문"이라며 "다만 제철소에서 가스를 포집하는 부분은 장기 계약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당장 협력 관계가 축소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티이엠씨는 인건비 절감을 통한 가격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고순도 카르보닐 설파이드(COS)와 고순도 일산화탄소(CO)를 생산하는 3공장을 완공했으며, 자동화시스템을 도입했다. 고객사인 삼성전자 요청으로 디보란(B2H6)을 생산하는 2공장 증설도 완료했다.
지난해 SK하이닉스와 네온가스 재활용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노광공정 이후 네온가스를 수집하고 네온만 선택적으로 분리하는 것으로, 네온 회수율은 72.7%다. 양사는 회수율을 77%까지 높일 계획이다. 이를 팹(Fab)에 활용하면 4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해당 기술을 통해 매출을 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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