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화승인더스트리의 식음료업(F&B) 투자 성과가 시원찮은 모양새다. '오너 3세' 현석호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화승인더스트리는 햄버거, 커피, 육류 등 각종 먹거리 분야에 뛰어들었지만 남는 장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F&B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여덟끼니'는 수년째 자본잠식 늪에 빠져 있는 데다가 적자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여덟끼니의 경영이 안정권에 오르지 못하면서 엑시트(투자금 회수)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발 ODM(제조업자개발생산)을 주업으로 삼고 있는 화승인더스트리는 68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화승그룹에서도 중추에 해당하는 곳이다. 지배구조상 지주사나 다름없는 화승코퍼레이션 다음으로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그룹의 허리격인 화승케미칼(100%)과 화승엔터프라이즈(68.4%)도 휘하에 직접 거느리고 있다. 현승훈 화승그룹 회장의 차남인 현석호 부회장이 최대주주(27.3%)이다.
주목할 점은 화승인더스트리가 본업과 다소 연관성이 떨어지는 사업 분야에도 진출해 있다는 점이다. 여덟끼니라는 이름의 손자회사를 통해 커피, 베이커리, 육류 등 F&B에 진출한 점이 대표적이다.
화승인더스트리가 먹거리 시장에 뛰어든 시점은 지난 2019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내 중소 프랜차이즈 플레이어 중 하나인 여덟끼니의 지분 100%를 사들였다. 당시 출자는 화승인더스트리의 금융 계열사이자 PE(사모펀드)인 에스비파트너스를 통해 간접 형태로 이뤄졌다. 화승인더스트리(100%)→ 에스비파트너스(100%)→ 여덟끼니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로부터 2년여가 지난 2020년 4분기, 에스비파트너스의 여덟끼니 지분율은 89.3%로 조정됐다.

하지만 화승인더스트리의 기대와 달리 신사업으로 낙점한 F&B는 쉽사리 본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수 당시만 해도 흑자를 내던 여덟끼니는 되레 화승인더스트리와 한 식구가 되고 나서 적자 기업으로 돌아섰다. 실제 피인수 된 첫해인 2019년 여덟끼니는 4억원의 순이익은 냈다. 그러나 이듬해 12억원의 순손실을 낸 뒤 ▲2021년 17억원 ▲2022년 64억원 ▲2023년 62억원의 적자를 이어갔다. 지난해 사정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손실액은 49억원에 이른다. 이 뿐만이 아니다. 여덟끼니는 납입 자본금도 바닥난 상태다. 지난 2021년부터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여덟끼니가 운영하고 있는 개별 브랜드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여덟끼니는 슬하에 버거팩토리(66.6%), 하프커피로스터스(94.2%)와 육류 업체인 코라이징에프앤비(75.0%)를 두고 있다. 이 중 2016년 4월 설립돼 가장 오랜 업력을 자랑하는 버거팩토리는 사실상 사업이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한때 '아이엠어버거'(I am A burger &)라는 브랜드로 수제 햄버거점을 운영했지만 현재는 모두 철수했다. 하프커피로스터스가 운영하는 커피 전문점 '하프커피'(halff coffee)도 시장에 뛰어든 지 7년이 지났지만, 아직 전국 매장이 20곳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이처럼 여덟끼니가 연착륙에 고전하면서 모회사인 에스비파트너스도 기약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에스비파트너스는 PEF인 만큼 여덟끼니 투자로 이익을 극대화한 후 엑시트하는 게 궁극적인 목적이다. 특히 현석호 부회장이 에스비파트너스의 기타비상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덟끼니의 턴어라운드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여덟끼니 관계자는 "현재 햄버거 매장은 운영하지 않고 있다"며 "버거팩토리 법인을 청산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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