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한화그룹이 공모 회사채(공모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올들어 4월까지 공모채 발행을 늘리면서 연간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공모채 발행 규모를 늘린 한화그룹 탓에 올해 증권사 리그테이블 순위에 요동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중위권 증권사의 리그테이블 순위를 가를 승부처로 꼽힌다.
22일 '딜사이트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공모채 발행 규모는 최근 몇 년 사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연간 2조원 안팎이던 발행 규모는 2024년 3조9240억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특히 올해 들어 2조1120억원의 공모채를 발행했다. 4개월여만에 2023년 전체 발행량(2조1400억원)의 98.7%를 채운 셈이다.
발행 기업 수가 늘어난 것이 배경이다. 2023년 5개 계열사에 그쳤던 발행 기업수가 2024년 들어 10개사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한화오션, 한화시스템 등이 공모채 시장에 처음 진입한 영향이다. 올해의 경우 한화리츠가 처음 데뷔했다.
이에 따라 그룹사별 발행 규모 순위도 오르는 추세다. 2023년 5위였던 한화그룹은 지난해 3위까지 올라섰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4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3위인 현대차그룹(2조1500억원)과의 격차가 크지 않아 향후 변동 가능성도 충분하다.
시장에서는 한화그룹 계열사의 지배구조 개편과 신사업 투자 등으로 인한 자금 수요가 공모채 발행 확대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인수합병(M&A)과 신사업 투자, 운영자금 활용 등으로 한화그룹 계열사 전반에 자금 소요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금 조달 수단으로 공모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이 공모채 발행을 확대하면서 증권사 IB(투자은행)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대규모 그룹사의 딜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실적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올해 1분기 DCM(부채자본시장)부문 리그테이블 순위에서 KB증권이 2위로 밀려난 배경으로 4조5000억원 규모의 SK그룹 물량을 다수 놓친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이 같은 경쟁 구도 속에서 리그테이블 순위 중위권에 위치한 증권사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한화 계열사의 주관 지위를 따낸 바 있지만, 올해 1분기에는 관련 실적이 전무하다. 반면 키움증권은 올들어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토탈에너지스 등 주요 계열사 딜을 잇달아 따내며 입지를 키우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리그테이블 상위 5~8위권 증권사 간의 실적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발행량이 점차 확대되는 한화그룹 딜 수임 여부가 순위 재편의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며 "중위권 증권사 IB에겐 '한화 딜'이 리그테이블 승부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한화그룹이 공모채 발행 물량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과거 공모채 발행 경험이 있지만 올해 들어 아직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한화 계열사로 한화건설과 한화투자증권 등이 있다. ㈜한화 등 몇몇 계열사의 경우 한 해에도 여러 차례 회사채를 발행해 온 전례가 있는 만큼, 추가 발행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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