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엑시노스2500' 놓고 복잡해진 셈법
전량 탑재할 경우에도 파운드리 적자 불가피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5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 모바일 AP 엑시노스 시리즈 이미지. (출처=삼성전자)


[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삼성전자가 오는 하반기 양산을 앞둔 차기 갤럭시 폴더블 스마트폰 Z폴드7, Z플립7에 자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2500'을 탑재할지를 놓고 셈법이 복잡해진 모습이다. 회사 내부에서는 해당 AP를 전량 탑재할지, 일부 모델에만 제한적으로 적용할지를 두고 막판까지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3nm(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을 기반으로 한 엑시노스2500을 고성능이 요구되는 하이엔드 모델 대신, 중저가 라인업인 Z플립7에 우선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하지만 엑시노스2500이 초기 성능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른바 '다운그레이드' 버전으로 재개발이 이뤄졌다. 성능을 일부 낮추는 대신 발열을 줄이고 전력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이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치고 있어, 전량이든 일부든 어떤 형태로 탑재하더라도 수익성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3나노 공정의 수율은 샘플 기준으로 30%대에 머물고 있다. 최근 일부 특수한 상황에서 40%를 기록한 적이 있지만, 이는 예외적인 경우로 보고 있다"며 "이를 적용한 엑시노스2500 역시 다운그레이드 버전으로 개발해, MX사업부가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성능보다는 생산성에 중점을 둔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엑시노스 시리즈는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설계하고, 파운드리 사업부가 위탁 생산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통상 60% 이상의 수율을 확보해야 안정적인 납기가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이번 폴더블 신제품에 엑시노스2500을 탑재하는 것을 자존심 회복의 계기로 삼고 있는 분위기다. 'S22 엑시노스2200(유럽 등 일부 지역)·퀄컴 스냅드래곤8 1세대 혼용→S23 퀄컴 스냅드래곤8 2세대 전량 탑재→S24 엑시노스2400(국내 판매용)·퀄컴 스냅드래곤8 3세대(북미 등 해외 판매용) 혼용→S25 퀄컴 스냅드래곤8 엘리트 전량 탑재' 등 AP 탑재에 기복이 심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안정성을 높여 갤럭시S 폴더블 시리즈에 엑시노스2500을 처음으로 탑재하는 사례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이번 Z플립7에 엑시노스2500를 탑재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아직 수율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어 우선 일부 물량에만 탑재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앞선 관계자는 "스냅드래곤 시리즈 가격이 상승 기류를 타고 있어, 이번 Z플립7까지 자사 AP 탑재가 불발될 경우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중저가 모델인 Z플립7에 엑시노스2500과 퀄컴 칩을 섞어 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AP는 스마트폰 제조 원가에서 가장 많은 비중(30%)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삼성전자 DX부문의 AP 매입액만 지난해 11조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퀄컴은 스냅드래곤 차세대 시리즈가 출시될 때마다 가격을 전작 대비 최대 30%까지 인상하고 있으며, 여기에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서 상황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번 폴더블 신제품에도 퀄컴 칩을 전량 탑재하게 될 경우 MX사업부 입장에서는 감익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엑시노스2500을 일부 탑재하기보다는 전량 탑재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의견도 적지 않다. Z플립7이 중저가 모델인 만큼 양산 물량이 많지 않아, 지역별로 AP를 이원화하면 손해가 더 막심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초대량으로 생산할 경우에는 엑시노스2500을 일부 물량에만 탑재해도 '규모의 경제'가 충분히 실현된다. 하지만 Z플립7은 판매량 자체가 많지 않은 모델이기 때문에, AP를 이원화하면 생산, 물류, 유통 비용이 지나치게 증가할 수 있다"며 "따라서 일부가 아닌 전량 탑재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물론 전량 탑재할 경우에도 파운드리 사업부의 적자는 불가피하다. 현재 3나노 공정의 수율이 30%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양산을 강행할 경우, 엑시노스2500만으로 수천억원대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모두 반영해 계산하면 올해 역시 파운드리 사업부에서 수조원대 적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사 AP를 탑재하는 건 순수하게 지난해의 굴욕을 만회하려는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가 갤럭시 S26 시리즈에 탑재하려는 엑시노스2600의 경우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엑시노스2600에 적용될 2나노 공정 수율이 10%대에 머물고 있어, 무리하게 생산할 경우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50%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앞선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S26에 탑재될 AP를 예측하기는 이르다. 다만 현재 삼성전자의 2나노 공정은 빅테크는 물론, 내부 고객사인 캡티브 레퍼런스도 기대하기 어려울 만큼 기초 체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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