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엔 고속도로 붕괴'CSO' 무용지물...안전사고 제로 '공염불'

[딜사이트 박성준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하던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하면서 향후 책임 소재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사태수습을 주도하고 있는 주우정 신임 대표와 경영진들에 대한 책임론 목소리가 크지만, 동시에 전임 책임자들의 실책도 들여다 봐야할 상황이다. 특히 사망자 다수가 발생하면서 안전최고책임자(CSO)가 당장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등 관계 당국은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세종고속도로 교각 공사현장의 사태 수습과 원인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사고는 지난 25일 오전 9시49분 경기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서울세종고속도로 교각 공사현장에서 교각 위 상판이 붕괴되면서 발생했다.
서울세종고속도로는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했으며 전체 10공구로 나눠져 있다. 사고가 발생한 9공구는 현재 현대엔지니어링과 호반산업이 공사 지분을 가지고 있다. 지분은 각각 62.5%, 37.5%다.
사고현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해 현대엔지니어링의 대표를 비롯한 안전최고책임자(CSO)의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및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도 조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경영책임자의 사고 예방 의무 이행 여부를 살펴본 뒤 문제가 있을 시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또한 유죄 판결을 받은 건설사는 시공능력평가에서 공사실적 10%가 깎인다.
아울러 산업안전보건법상 위반 여부가 확인되면 시공사의 영업정지 처분 가능성도 있다. 기업 전반의 신인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재 현대엔지니어링의 안전최고책임자(CSO)는 김정배 안전품질본부장(상무)으로 이번 정기인사를 통해 자리에 올랐다. 김 상무는 1965년 6월생으로 충남대 경영학을 전공하고 현대건설로 입사해 현대엔지니어링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엔지니어링에서는 경영관리실장과 사업지원실장 등을 역임했다.
김 상무가 CSO에 오른 직후 벌어진 사고여서 전임자인 정윤태 전 상무에게도 업계 시선이 쏠리고 있다. 토목공학 전문가인 정 전 상무는 3년10개월 간 CSO를 지낸 만큼 사실상 서울세종고속도로 공사 안전품질을 실질적으로 관리한 당사자라 할 수 있다.
특히 과거 홍현성 전 대표와 정 전 상무 체제에서 현대엔지니어링에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만큼 이전 경영진의 책임론이 함께 거론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컨대 지난해 4월 전남 무안군 남악신도시 '힐스테이트 오룡' 단지 사전점검에서 무더기 하자가 발견돼 홍 전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 전원이 곤욕을 치루기도 했다. 이 사고는 지난해 말 정기인사에서 경영진 교체에 주요 원인이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힐스테이트 오룡 사건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안전품질 논란이 재점화돼 관리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도 들여다봐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정비했다. 이사회 아래 CSO를 두고 안전보건 관련 정책을 실행 중이다. CSO는 안전품질본부장이 맡는다. 특히 이사회는 연 5회 이상 주요 안전보건 이슈를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하고,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사안도 감독한다. 책임 수준을 높이기 위해 재해율 등 안전보건 지표도 경영진의 성과 보상에 반영돼 있다.
안전보건 투자액 역시 2021년부터 꾸준히 늘고 있지만 이번 사고를 막을 수 없었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안전보건 투자액은 2021년 449억원에서 2022년 818억원으로 크게 늘었으며 2023년 1189억원으로 다시 증액됐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회사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여 피해자 지원 및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있으며, 조속한 현장 수습과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관계 기관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모든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필요한 조치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며, 향후 이와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해 철저히 이행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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