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색 짙은 HFR, 선고 이틀 전 주주연대에 소취하 요청
정종민 과도한 보수 논란 일단락…정관 손질도 병행, 쟁점 재발 차단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2일 17시 1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FR 안양 사업장(제공=HFR)


[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통신장비업체 에치에프알(HFR)이 정종민 대표이사의 과도한 보수를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한 소액주주들에게 판결을 불과 이틀 앞두고 소 취하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패소 가능성이 커지자 갈등을 서둘러 봉합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다만 비슷한 쟁점의 재발을 막겠다며 최근 정관까지 손본 조치는 주주 견제 차단에 초점을 맞춘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HFR 소액주주인 엄모씨 등 2인은 지난 16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3민사부에 소취하서를 제출했다. 이들이 제기한 소송은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된 이사 보수한도(20억원) 승인 안건의 효력을 취소해달라는 취지로, 그해 5월 접수됐다. 같은 날 HFR이 이에 동의해 소 취하가 확정됐다. 이는 선고를 이틀 앞둔 시점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소액주주 측이 먼저 소송에서 발을 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HFR이 선고를 앞두고 먼저 소 취하를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액주주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위온의 허권 변호사(헤이홀더 대표)는 "법리적으로 회사가 패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던 것 같다"며 "재판부의 판결 전 소액주주에게 소를 취하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번 분쟁의 발단은 적자 상황에서도 정 대표를 비롯한 등기이사들의 보수가 과도하게 책정됐다는 데서 시작됐다. HFR은 2022년 3663억원의 매출과 90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2023년에는 매출이 1642억원으로 반토막 났고 8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실적 악화는 이어져 매출 1570억원과 영업손실 202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정 대표의 보수는 상향됐다. 2022년 총 15억5200만원에서 2023년 17억3100만원으로 확대됐고, 상여금도 11억5000만원에서 12억5000만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이사회 등기이사 4명의 평균 보수도 4억6300만원에서 4억9900만원으로 증가했다. 주주연대는 "회사가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정 대표의 보수만 늘었다"며 해당 안건의 무효를 주장했다.


이번 소송의 주요 쟁점은 정 대표가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의 이해당사자인 상황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점과 소액주주들에 대해서는 '5% 이상 보유 시 공시 의무'를 이유로 의결권을 제한한 점 등이 적법한지다. 재판 과정에서 HFR은 정 대표가 해당 안건에 특별이해관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유사 사건에서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공동행사가 공시 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례를 제시하며 양측에 종합준비서면 제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소액주주 측의 승소 가능성을 높게 점쳐왔다.


HFR은 소송 취하를 요청하며 소액주주 측이 제안한 네 가지 개선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엄씨는 지난 17일 주주연대 공지를 통해 "회사가 제안 내용에 긍정적인 입장을 담은 공문을 전날 보내왔다"며 "고심 끝에 소송을 취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회사는 해당 제안에 상장사로서 상식적인 수준이라고 판단,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주주연대가 제시한 개선안에는 실적과 주가에 대한 책임 있는 대응과 소통 강화 등이 담겼다. 주주연대 측은 "시장에서는 1분기 실적 개선 기대감이 크다"며 "실제 개선 흐름이 있다면 턴어라운드를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비용 일부가 2분기로 이연 가능하다면 유연하게 조정해 실적 회복을 가시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또 "정 대표가 사업 전망에 대해 자신감 있는 메시지를 내지 않으면서 시장이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된 상황을 고려해 분기 1~2회 사업 진행 상황을 설명하는 기사나 인터뷰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주가는 올리는 것보다 방어가 더 중요하다"며 자사주 소각과 대표이사 증여 등 명확한 신호를 통해 투자자 기대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회사가 이들 제안을 모두 이행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1분기 발생한 일부 비용을 2분기로 이연해 실적 개선 흐름을 보여달라는 제안은 고의적인 분식회계나 회계 기준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비용은 회계상 인식 시점 조정이 가능하긴 하지만 실적을 의도적으로 부풀리는 건 위험하다"며 "회사가 주주 제안을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한 것은 패소에 따른 법적 부담을 피하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HFR은 주주연대 제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것과 별개로 이번 소송과 유사한 쟁점이 다시 불거지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조치도 취했다. 올해 3월 정기 주총에서 정관을 개정,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이 해당 연도 주총에서 부결되더라도 직전 주총에서 의결된 한도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보수한도 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관에 안전장치를 둔 셈이다.


아울러 감사 선임 요건에도 '상장회사 감사 경력 3년 이상' 또는 '재무회계 업무 경력 10년 이상' 등의 기준을 신설하면서 자격 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1년 전 주주연대가 이번 소송 대리인이었던 허 변호사를 감사 후보로 추천하려다 무산된 점을 고려하면 향후 주주 측 감사 후보 진입 자체를 어렵게 만든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내용에 대해 HFR 관계자는 "민감한 사항이다보니까 내부적으로 논의한 후 답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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