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태웅 기자] 국내 원화거래소 코빗의 경영활동이 최근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신규 코인에 대한 거래지원(상장)을 중단하며 소극적인 사업 전략을 펼치면서다. 거래소 업계 일각에서는 코빗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에 맞춰 강화된 가상자산사업자 라이선스 갱신 신고 심사 문턱을 넘어서기 위해 움츠려 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코빗은 건전한 가상자산 시장을 형성하기 위한 당국의 눈높이에 맞춰 보수적인 상장 정책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17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국내 5대 원화거래소가 올해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원화마켓과 코인마켓을 통해 새로 유통하고 있는 코인 거래쌍은 40개로 집계됐다.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거래소인 업비트의 경우 카브, 웜홀, 캣인어독스월드 등 24개 거래쌍을 새로 유통하기로 했고 빗썸은 아이겐레이어, 유엑스링크, 솔라나 네임 등 8개 거래쌍에 대해 거래를 지원한다. 코인원과 고팍스는 각각 9개, 2개 코인에 대한 상장을 진행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같은 기간 코빗의 신규 상장 건수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6월 한 달간 바나르체인, 아이오넷, 히포크랏, 알트레이어, 지케이싱크, 레이어제로 등 6종의 코인에 대한 거래를 지원하기로 결정했고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전인 7월 18일까지 오픈캠퍼스, 옴니네트워크, 픽셀즈, 렌조, 쓰레스홀드 등 5종의 코인을 새로 상장했지만 법 시행 이후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새로 상장한 코인은 '0'건이다. 아울러 올해 하반기 새로 거래를 지원한 11종의 코인 중 바나르체인을 제외한 나머지 10종의 코인이 다른 거래소에서 이미 거래 중인 점을 감안하면 이 회사가 보수적인 상장 정책을 가져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코빗이 소극적인 운영 기조를 드러내면서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상자산거래소의 주 수익원이 이용자들의 거래 수수료이다. 이에 새로운 가상자산에 대한 거래지원을 중단한 최근 행보는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회사의 최근 3년(2021~2023년) 매출이 ▲2021년 226억원 ▲2022년 43억원 ▲2023년 17억원 순으로 급감하고 있는 점도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코빗이 신규 거래지원에 움츠려 든 배경 중 하나로 금융당국의 규제가 강화된 점이 꼽는다. 거래소 업계에 따르면 금융정보분석원과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에 맞춰 사업자 라이선스 갱신 요건을 강화했다. 실제 금융당국이 지난 7월 발표한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매뉴얼'에 따르면 거래소들은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 신고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발급 ▲사업자 대표 및 임원 요건 결격 여부 이외에도 각 사에서 유통 중인 코인 현황에 대해 보고해야 한다. 아울러 상장된 코인의 비정상적인 가격 변화 등 이상거래감지시스템 구축 여부 및 내부 조직 구성 현황에 대해서도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최근 실시한 현장 조사를 통해 '상장빔(상장 직후 시세급등 현상)' 등 이상거래감지 시스템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업계 전반에 걸쳐 강조했던 알고 있다"며 "다른 거래소 상황에 대해 언급하는 게 적절하지 않지만, 가상자산사업자 갱신 신고를 당장 앞둔 코빗 입장에선 이상거래감지나 불공정거래 등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게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코빗 관계자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됨에 따라 투자자들을 보호하고 가상자산 생태계를 정화하는 데 집중하고자 신규 상장을 진행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보수적인 상장 정책을 이어가고 있지만 새로운 가상자산에 대한 거래지원을 완전히 중단하겠다는 것은 아니며 상장 이외 다른 사업에 대해서는 차질없이 운영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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