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반토막 한켐, 공모가 부풀렸나?...신영증권 책임론 제기
피어그룹에 고PER 추가, 상장전 지분투자도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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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증시에 상장한 OLED 소재기업 한켐 주가가 반년만에 공모가 대비 반토막났다. IPO(기업공개)를 추진하는 기업과 주관사, 기관투자자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고질적인 공모가 부풀리기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켐 주가는 전날 9430원에 마감됐다. 공모가(1만8000원)의 절반 수준밖에 안되는 가격이다. 공모주 투자자가 주식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면 투자금이 반토막난 셈이다.


지난해 10월 22일 증시에 상장한 한켐은 상장 이후 지속적인 주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상장 당일 급등세를 보이며 장중 3만3300원까지 올랐으나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매도물량이 쏟아지면서 종가는 2만2800원으로 마감했다. 상장 당일 기관은 520억원 이상 주식을 팔아치웠다. 현재 한켐 시가총액이 760억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다.


한켐 주가는 상장 첫날 26% 이상 상승마감했으나, 이후 5일 연속으로 내리 하락세를 이어갔다. 간혹 반등이 나왔지만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인 한켐 주가는 지난 4월초 8200원까지 떨어졌다. 현재는 소폭 반등해 9000원대 전후로 등락을 보이고 있다.


한켐 주가 차트/ 제공=네이버

IPO주관사 신영증권, 공모가 부풀렸나?


이렇다 보니 상장 당시 공모가가 너무 비쌌던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IPO 주관사의 고질적인 공모가 부풀리기 아니냐는 지적이다.


당시 IPO 주관사였던 신영증권은 한켐의 기업가치 산정을 위해 피엔에이치테크, 레이크머티리얼즈, 켐트로스, 덕산네오룩스 4개사를  최종 피어기업으로 정했다. 이들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을 참조해 공모가를 정하기 위함이다.


PER은 기업의 주가를 주당이익으로 나눈 비율이다. IPO 시 공모가를 정할 때 사업 분야 및 전망 등에서 유사한 기업의 PER을 참조한다. PER을 높게 적용할수록 공모가도 높게 형성된다.


선정된 피어그룹 중 레이크머티리얼즈는 주력사업이 반도체 소재 및 태양광 소재로, LED 소재에서 나오는 매출액 비중은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OLED 소재가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한켐과는 다른 회사란 뜻이다.


하지만 신영증권은 레이크머티리얼즈를 피어그룹에 포함해 48.33배의 PER을 적용했다. 평균 PER 산정 시 제외했다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치(50배 초과) 기준을 간신히 넘지 않는 숫자다. 이는 피어그룹에 선정된 다른 3개의 유사기업 평균 PER(19.7배)보다도 2배 이상 높다. 평균균치를 끌어올려 몸값을 올리려는 목적이 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를 통해 한켐의 공모시 PER은 26.88배가 적용됐다. 현재 주가(9430원)를 기준으로 한 한켐의 PER은 11.03배에 불과한 상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모가가 높아야 주관사가 수수료를 많이 받을뿐 아니라 지분을 투자한 투자조합이나 사모펀드가 큰 수익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년도 실적을 마사지해서 수익이나 자산에 대한 평가를 유리하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주관사가 알려주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신영증권, 한켐 상장전 지분 4% 보유


뿐만 아니라 신영증권은 한켐의 상장 전 지분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였다. 한켐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신영증권은 한켐 주식 25만5164주를 간접 및 직접 투자 형태로 보유 중이었다. 상장 전 지분율은 4%에 달했다. 이는 2023년 10월에 매입해 주당 취득가액은 7838원이다.


주관사는 지분 매각제한기간(1개월)까지 주식을 보유하면 이후 차익을 보고 매도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공모가가 높게 산정될수록 유리한 구조다. 단기간 흥행에 성공하면 높은 차익을 볼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공모가가 높은 게 차익 실현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신영증권은 2023년에도 케이엔에스의 비상장주식에 투자한 뒤 상장을 주관한 바 있다. 올해 1월 상장을 주관한 엘케이켐도 신영증권이 상장 전 투자조합을 통해 출자했다.


이해당사자 충돌이 되지 않는 선에서 보유 지분이 5% 이하라면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공모가 부풀리기의 유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다 보니 한켐 주가폭락 이후 공모 주관사였던 신영증권의 책임론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딜사이트경제TV는 수차례 신영증권의 입장을 물었으나, 신영증권 측은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사진은 한켐 코스닥 상장 기념식(왼쪽부터 김대영 한국IR협의회 부회장, 민경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 이상조 한켐 대표이사,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의사, 강왕락 코스닥협회 부회장)./제공=한국거래소

단타 치는 기관투자자, 공모가 거품 '일조'


주관사 외에 다수의 기관투자자들도 공모가를 높이는데 동조하고 있다. 단기차익을 노리고 들어온 기관들이 더 많은 물량을 받기 위해 경쟁하면서 수요예측에서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통해 한켐은 희망공모가액(1만2500~1만4500원) 상단보다 24%가량 높은 1만8000원에 최종 공모가를 확정했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수요예측 시 신청수량의 90.65%가 밴드 상단 초과 가격에 주문했다"며 "공모가 밴드와 달리 기업가치와 수요예측 결과 등을 모두 포함해 결정된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 기관이 한켐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해 투자에 나선 것은 아닌듯 하다. 수요예측 당시 기관들의 의무보유확약 신청비율은 3.89%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의무보유확약은 공모주를 받는 기관투자자들이 일정기간 동안은 주식을 매도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한켐 상장 당일 매매동향을 살펴보면 기관의 '시초가 던지기'가 나타났다. 거래소에 따르면 한켐 상장일 기관들은 167만6865주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169만7755주를 순매수했다. 기관들의 집중적인 매도 공세 등으로 인해 한켐은 단일계좌 거래량 상위 종목으로 선정돼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됐다.


한편 금융감독원도 이 같은 '공모가 부풀리기'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월 금감원은 신규 상장기업에 대한 회계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상장예정기업에 대한 사전 심사 및 감리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상장 직후 주가가 공모가를 크게 하회하고 매출 등 영업실적이 급감한 기업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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