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입성을 앞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상장 밸류에이션을 예상보다 훨씬 보수적으로 잡으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눈높이를 대폭 낮춘 배경에는 '거품 논란'을 최대한 피하자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롯데그룹 차원의 결단이 주효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대주주인 호텔롯데와 롯데지주가 2000억원이 넘는 LLH의 투자 손실을 벌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 공모가 1만1500~1만3500원, 예상가 대비 70% 이상 저렴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오는 5월21일 코스피에 상장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24일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했으며, 그해 12월27일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았다. 세부적으로 올해 4월24~30일 수요예측을 거쳐 5월8일 공모가액이 확정될 예정이며, 12~13일 우리사주와 기관투자자, 일반 청약을 거치게 된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총 공모주식수는 1494만4322주이며, 주당 공모 희망가 범위는 1만1500~1만3500원, 공모 예정 금액은 1719억~2017억원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공모가를 3만원대 후반에서 4만원대 중반 사이에서 책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기업공개(IPO) 목적이 재무적투자자(FI)인 LLH(사모펀드 메디치인베스트먼트 PE부문)의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앞서 롯데그룹은 2017년 LLH로부터 투자를 이끌어내며 롯데글로벌로지스의 IPO를 약속한 바 있다. LLH는 롯데글로벌로지스 구주를 취득한 데 이어 유상증자와 신주인수권 행사 등으로 총 2860억원 가량을 투입했다. 평균 취득단가는 주당 3만7339원이다.
LLH의 엑시트 방법은 롯데글로벌로지스 IPO다. 특히 LLH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예정된 기한 내에 상장하지 않으면, 보유 지분을 롯데그룹으로 떠넘길 수 있도록 일종의 보험 장치인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를 마련해 놨다. LLH가 풋옵션을 발동하면 롯데그룹은 LLH가 롯데글로벌로지스 주식을 보유한 기간(최소 8년)에 연복리 3%를 가산한 금액을 맞춰줘야 한다. 이에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공모가를 최소 4만7000원 이상으로 맞출 것으로 예상됐다.
◆ EV/EBITDA 적용, 할인율 최대 25%…롯데그룹 차원서 FI 손실 벌충
롯데글로벌로지스는 EV/EBITDA(시장가치에서 삼가상각전영업이익을 나눈값) 평가법을 활용했다.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수익성을 잘 반영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물류업의 경우 비현금성비용인 감가상각 비중이 높은데, 설비 등 투자와 관련한 각종 상각비 처리 등에 따른 효과를 배제하고 영업활동으로 얻는 이익(EBITDA)으로만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피어그룹(비교그룹)은 ▲업종 유사성 ▲사업 유사성 ▲재무 유사성 ▲일반 유사성 4가지 기준을 적용해 CJ대한통운과 ㈜한진 2개사가 최종 선정됐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12~25%의 할인율을 적용했다. EV/EBITDA로 산정한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주당 평가액은 1만5263원이지만, 할인율이 적용되면서 공모가액은 최소 1763원에서 최대 3763원 낮아졌다. 이 같은 할인율은 2023년 이후 코스피에 신규 상장한 기업들의 평가액 대비 할인율(30.5~17.7%)을 참고해 결정됐다.
주목할 부분은 롯데글로벌로벌로지스의 공모가가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정해지면서, 롯데그룹의 자금 유출이 불가피해졌다는 점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공모 구주는 구주 매출 50%, 신주 모집 50%다. 구주 매출은 LLH가 보유 중인 이 회사 주식 21.87%이며, 공모가 하단으로 계산할 경우 회수 자금은 859억원에 불과하다. 롯데그룹이 LLH의 원금과 이자를 보전하기 위해 약 2700억원 가량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롯데지주와 호텔롯데는 각각 지분 비율대로 LLH에 차액을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별도기준 롯데지주의 현금성자산(기타금융자산 포함)은 2214억원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텔롯데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말 8156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만큼 현금 여력은 충분할 것으로 파악된다.
◆ 올해 'IPO 최대어' LG CNS 등 고평가 논란…주주 피해 최소화 의지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이른바 '착한 몸값'을 산정한 주된 요인으로는 최근 새내기 상장사들의 공모가 하향 흐름이 이어진 만큼 현실적인 기업가치 책정에 집중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증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터라 IPO 시장 분위기가 여전히 냉랭하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예컨대 올해 1분기 IPO 대어로 분류된 LG CNS의 경우 공모가는 6만1900원에 책정됐지만, 26일 종가 기준 16% 떨어진 5만2000원를 기록했다. LG CNS가 30% 이상의 상장 할인율을 적용했지만, 피어그룹 선정이 적절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발생한 영향이다.

이달 14일 상장한 서울보증보험은 공모가(3만2000원)보다 소폭 상회하는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최대 42.24%의 할인율을 적용했음에도 수요예측이 부진하면서 희망범위 하단으로 공모가가 확정됐다. 일반 청약에서도 경쟁률이 7대1에 그치며 흥행에 실패했다. 하지만 공격적인 주주환원 강화 계획을 발표하며 주가 하락을 방어하는 모습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과도하게 높은 공모가는 상장 이후 주가 하락의 위험성을 높이고, 결국 주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낮은 공모가가 수요예측 흥행 요인이 되기도 하는 만큼 전략적인 접근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그룹 계열 글로벌 종합 물류 기업인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조5733억원과 영업이익 90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1%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41.1% 증가했다. 순이익의 경우 무려 173.3% 급증한 405억원으로 나타났다.
강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이사는 "상장으로 글로벌 물류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것"이라며 "또 물류 인프라를 고도화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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