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DA 동물실험 단계적 폐지...HLB, CRO 인수효과 '반감'
동물실험 축소 기조 속 투자전략 '엇박자'…HLB "대체시험 전환 선제대응"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3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LB바이오스텝 전경. (출처=HLB바이오스텝 공식홈페이지)


[딜사이트 최령 기자] HLB그룹이 전략적으로 추진했던 비임상시험수탁기관(CRO)사업이 글로벌 규제 변화와 맞물리며 난관에 봉착했다. HLB는 CRO사업 강화를 위해 최근 3년 동안 인수합병(M&A) 등에 1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기준점인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동물실험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독성시험기준을 전환하면서 투자 전략에 엇박자가 나고 있다. 다만 HLB 측은 대체시험에 대한 역량도 선제적으로 확보해 둔 상태라 규제 변화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이달 10일 FDA는 단클론 항체를 포함한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 요건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오가노이드 독성시험과 인공지능(AI) 기반 계산 모델 등 새로운 접근법(NAM, New Approach Methodologies)을 도입해 의약품 평가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이 조치는 임상시험계획(IND) 신청 단계부터 적용되며 향후에는 비동물 기반 시험 전략을 활용한 항체 치료제 개발 파일럿 프로그램도 운영될 예정이다.


마틴 마카리(Martin A. Makary) FDA 국장은 "AI 모델링과 오가노이드 실험, 실제 인간 데이터를 활용하면 연구개발(R&D)비용과 약가를 절감하면서도 공중보건과 윤리적 가치를 동시에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규제 변화는 동물실험 기반 CRO 사업을 확대해 온 국내기업들의 사업 운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HLB의 경우 최근까지 이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이어와 전략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HLB는 2022년 재무적투자자(FI)와 함께 총 962억원 규모의 노터스(현 HLB바이오스텝) 주식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이 가운데 HLB는 약 562억원을 들여 노터스 주식 140만5648주(18.37%)를 취득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인수대금 중 420억원은 HLB가 발행 예정인 신주인수권부사채(BW)로 대체했고 나머지 142억원은 현금으로 부담했다. 


노터스는 국내 최대 규모의 비임상 CRO로 신약 후보물질의 독성, 부작용, 효능 등을 사람에게 사용하기 전 동물실험을 통해 검증하는 비임상시험 전주기 역량을 갖춘 기업이다.


HLB는 이후에도 비임상 역량 강화를 이어갔다. 지난해에는 독성시험 특화 CRO인 크로엔(현 HLB바이오코드)를 100억원에 추가 인수하며 CRO 사업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NAM 체계로 전환하려 해도 기존 CRO는 장비와 인력 등 고정비 부담이 커 당장 변화가 쉽지 않다"며 "그럼에도 미국과 유럽 모두 동물실험 축소 흐름이 뚜렷해지는 만큼 CRO들도 대응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HLB는 대체시험에 대한 조직 역량도 선제적으로 확보해 규제 변화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입장이다. HLB 관계자는 "강스템바이오텍과 오가노이드 기반 공동 기술개발 협약을 체결해 의약품 평가 플랫폼을 개발 중이며 박사급 대체시험 전문 인력도 새로 채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HLB파나진이 투자 중인 AI 신약개발 기업 아론티어와도 협업을 논의 중이며 식약처의 '동물 대체 시험 상용화를 위한 표준화 연구 사업' 일환으로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안전성·유효성 평가기술 개발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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