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최령 기자]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리가켐바이오)가 개발해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브릿지바이오)에 기술이전한 폐 섬유증 치료제 'BBT-877'이 글로벌 2상 임상시험에 실패했다. 브릿지바이오에 전략적 지분 투자까지 단행한 리가켐바이오는 기대수익 보전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을 뿐만 아니라 주가 급락으로 보유지분 가치도 크게 하락했다. 다만 회사는 해당 파이프라인에 대한 내부 연구를 지속 중이며 필요할 경우 브릿지바이오와의 연구 협력 가능성 역시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리가켐바이오는 앞서 2017년 BBT-877을 브릿지바이오에 기술이전했다. BBT-877은 지방 신호물질 리소포스파티드산(LPA)의 생성을 억제하는 오토택신 저해제로 섬유화 억제 기전을 기반으로 다양한 적응증 확장을 목표로 개발된 물질이다.
해당 계약은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 20억원을 포함해 총 300억원 규모였다. 여기에 더해 브릿지바이오가 BBT-877을 다시 기술수출할 경우 개발·판매 수익의 45%를 배분받는 조건도 포함됐다.
이후 브릿지바이오는 2019년 BBT-877을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에 최대 1조46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약 600억원 규모의 기술료를 수령했고 이 중 약 280억원이 리가켐바이오에 마일스톤 수익분배금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듬해 베링거인겔하임이 잠재적 독성 우려를 이유로 권리를 반환하면서 양사간 계약은 종료됐다. 이에 브릿지바이오는 자체 개발로 방향을 전환했다.
개발 중단 위기를 맞은 파이프라인이었지만 리가켐바이오는 여전히 BBT-877의 사업적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며 전략적 투자를 이어갔다. 2017년 시리즈B 펀딩에 18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2021년과 2023년에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각각 50억원, 30억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그간 약 118억원을 출자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브릿지바이오 지분 4.38%(225만8418주)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글로벌 2상 실패 발표 이후 브릿지바이오 주가는 연일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21일 기준 종가는 1515원으로 리가켐바이오가 보유한 지분가치는 약 34억2150만원으로 추산된다. 투자 원금 대비 약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이처럼 투자 손실 우려가 커진 상황이지만 리가켐바이오는 브릿지바이오와의 협업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고 있다. 원개발사로서 향후 사업적 연대를 이어갈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BBT-877은 내부적으로도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 과제 중 하나로 필요할 경우 브릿지바이오와 연구 협력이나 기술 지원은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 역시 앞서 이달 15일 열린 온라인 기업설명회(IR)를 통해 "BBT-877은 약효가 확인된 적응증이 있으며 일부 암에서도 오토택신 저해제의 효능이 입증된 사례가 있다"며 "원개발사인 리가켐바이오와 협의해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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