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상균 IB부장] 우리나라 여론의 특징을 '냄비 근성'이라고 꼬집어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 들어 많이 쓰이지 않는 단어지만 그 속성은 완화되기는커녕 오히려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지는 것 같다. 집단에 속한 개인이 이성을 잃고 군중 심리에 의해 행동하는 '레밍 효과'도 점점 더 극성이다.
전도유망한 아역 출신 배우 고(故) 김새론은 잇단 음주운전 사고로 여론의 표적이 됐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시비 거리로 전락해버렸고 각종 미디어는 그를 '마녀 사냥' 하듯 비판했다. 자기 관리에 실패한 측면이 있긴 했으나 그렇다고 이 정도의 막무가내식 비판은 온당치 않았다. 김새론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후 승냥이 같은 여론의 표적은 이제 180도 바뀐 태도를 보이며 배우 김수현을 공격한다.
나쁜 면만 보면 끝이 없다. 책을 보지 않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숏폼에 익숙해진 시대에 냄비근성은 더 심해지고 있다. 오랜 기간 숙고하기 보다는 표피적인 이슈에 감정적 댓글을 달고 1차원적 배설을 하기에 바쁘다. 특히 우리나라는 유교적 특성이 강한 나머지, 도덕적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강하다.
김새론과 김수현에 반응하는 여론은 최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MBK파트너스도 마찬가지다. 전국 100개가 넘는 지점에 수만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고 소비자와 직접 대면해 물건을 판매하는 할인마트를 운영하는 만큼 그 파급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회생절차 신청 과정에서 투자자, 채권단 등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은 점, 전자단기사채 등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거센 비판을 받는다.
MBK의 잘못을 덮자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MBK 사태로 인해 사모펀드(PE)업계 전체가 싸잡아 비난 받는 것만은 바람직하지 않다. MBK는 PE이지만 모든 PE가 MBK와 똑같은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화의 오류를 피해야 한다. 빈대 한마디로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MBK가 홈플러스 경영을 잘못했다고 해서 오너인 김병주 회장이 사재출연을 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MBK는 홈플러스에 투자한 금액을 손실처리하는 것으로 자신의 의무를 다한 셈이다. 홈플러스 경영을 당신이 망쳤으니 추가로 돈을 내놓아서 손실을 메우라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나 다름없다. 현대판 연좌제의 부활로 불릴만 하다.
그렇다면 벤처캐피탈이나 PE가 투자한 기업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그 손실을 해당 심사역이 메워야 하는 것인가. 이게 맞다면 투자 기업이 이익이 났을 때 상당 부분을 심사역에게 제공해줘야 한다.
사모펀드가 악의 상징은 아니다. 긍정적인 면도 있다. 국내 기업들의 오랜 고질병이었던 오너 경영의 폐해를 치료해주는 도구로 활용했고 경영권 승계 및 증여의 수단으로도 요긴했다. 경제위기가 닥쳐 핵심 자산이 헐값에 해외로 팔려나갈 위기에 닥쳤을 때 이를 막아줬던 것도 국내 PE다. 김새론의 상황을 다시한번 복기해보자. 우리는 한 쪽의 말만 들을 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 견해를 듣고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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