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파킹형' ETF(상장지수펀드)의 한 종류인 '머니마켓 액티브' ETF가 국내 자산운용사의 새로운 경쟁터로 떠오르고 있다. 증시 변동성 확대 및 부동산 시장 부진 등을 고려해 단기 자금을 맡기려는 고객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머니마켓 액티브' ETF는 24일 기준 순자산총액 5조962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연초 대비 1조9455억원 늘어났다. 증가액 기준으로 국내에 상장된 ETF를 통틀어 가장 많은 수준이다.
KB자산운용의 'RISE 머니마켓 액티브' ETF도 같은 기간 순자산총액이 5777억원 증가했다. 그밖에 하나자산운용 '1Q 머니마켓 액티브'는 2731억원, 한화자산운용 'PLUS 머니마켓 액티브'는 1448억원의 순자산총액 증가액을 각각 기록했다.
개인 또는 기관투자자를 막론하고 자금을 단기간 맡기려는 '파킹형' ETF 인기가 높아지면서 머니마켓 액티브 ETF에도 자금이 모여든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높아진 데다 부동산 등의 대체투자 시장은 아직 부진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머니마켓 액티브 ETF는 초단기 채권과 CP(기업어음) 등에 투자하는 단기금융 펀드인 머니마켓펀드(MMF) 방식으로 운용되는 ETF를 말한다. 이자분에 해당하는 금액이 주가에 매일 가산되기 때문에 '파킹형' ETF로 분류된다.
지난해 미국 증시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해외주식형 ETF가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관세정책 추진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 한 예로 미국 S&P500지수는 2월에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가 현재는 그때보다 10% 이상 급락했다.
국내 부동산 시장 역시 불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2024년 부동산 거래량은 100만6019건으로 전년대비 8.8% 줄었다. 국토교통부가 부동산 실거래가를 공개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가장 적은 연간 거래량이기도 했다.
머니마켓 액티브 ETF는 다른 '파킹형' ETF와 비교해 금리 인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다는 장점도 있다. 다른 파킹형 ETF로는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 또는 KOFR(한국무위험지표금리)를 추종하는 ETF를 들 수 있다.
CD금리형 및 KOFR금리형 ETF는 시장금리가 낮아질 경우 수익률이 낮아지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올해 글로벌 각국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언급되자 CD금리형 및 KOFR금리형 ETF는 순자산총액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한 예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 ETF 순자산총액은 연초 대비 1조2539억원 감소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도 같은 기간 순자산총액이 8253억원 줄었다.
자산관리(WM)업계 관계자는 "증시는 투자 위험성이 커졌고 부동산도 아직 부진한데 예·적금 금리는 낮다"며 "고액자산가인 개인이나 기관투자자 모두 단기 운용 자금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머니마켓 액티브 ETF가 가장 무난한 대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머니마켓 액티브 ETF 시장 경쟁 역시 올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예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2일 'TIGER 머니마켓 액티브' ETF를 출시한 것을 들 수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그동안 해외주식형 ETF에 중점을 두는 모습을 보여왔다. 파킹형 ETF 역시 CD금리형과 KOFR금리형만 운용했다. 그러나 계속 증가 중인 머니마켓 액티브 ETF 수요를 염두에 두고 관련 상품 라인업을 확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TIGER 머니마켓 액티브 ETF에는 출시 이틀 만에 250억원 규모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단기 자금 운용 노하우와 자체 위험관리 시스템이 차별화된 강점"이라고 말했다.
앞서 하나자산운용이 지난해 4월 '1Q 머니마켓 액티브' ETF를 내놓은 뒤 이를 기반으로 전체 ETF 순자산총액을 빠르게 확대하기도 했다. 1Q 머니마켓 액티브의 순자산총액은 6589억원인데 이는 하나자산운용 전체 ETF 순자산총액의 48%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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